그저 나른한 한여름의 관조이기를

by 글담



매일 출근하듯 찾는 카페로 다다르는 길은 곧은 길입니다.

굳이 차선을 바꾸지 않아도,

좌회전과 우회전을 여러 번 하지 않아도 되는 쭉 뻗은 길을 달리면 됩니다.

매일 오가는 그 길이 지겨워 가끔 에움길을 찾습니다.

둘러가더라도,

굽이길을 가더라도 다소 낯선 길을 찾습니다.

그동안 보지 못했던 뭔가를 찾으려는 듯.


“오늘 하늘 대박 이쁘더라구요!”

새벽마다 아침인사를 나누는 글모임의 한 분이 보낸 뒤늦은 아침인사입니다.

같은 하늘 아래 어디에서는 온통 먹구름으로 뒤덮인 하늘과 장대비 때문에 난리인데,

이곳 하늘은 마치 아무일도 없다는 듯 맑고 깨끗한 속살을 드러낼 뿐입니다.

그의 말대로 구름과 하늘은 고요한 미를 뽐내며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그동안 보지 못했던 뭔가를 보려주려는 듯.


낯설다는 것은 이중적입니다.

동경 혹은 경계.

익숙한 것에 길들여질수록 경계를 할 테고,

익숙한 것에 지쳐갈수록 동경을 할 테죠.

나이와 상관없이 낯섦은 청년과 노인의 삶으로 갈라놓습니다.


구세계는 결국 산산조각이 나게 마련입니다.

그렇기에 삶은 늘 청춘을 부러워해야 하나 봅니다.

그렇기에 삶은 늘 노인을 피하려고만 했나 봅니다.

파괴와 창조는 청춘의 권리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노인에게는 체념과 연륜만이 남아 있는 것은 아닐 테죠.

노인이라고 해서 산산조각이 될 구세계를 부여잡을 수는 없습니다.

헤르만 헤세의 말처럼 청춘은 굳이 나이를 따질 필요는 없을 테니까요.


하늘이 맑아서 잠이 오네요.

한참이나 바라보고 졸았다고 생각했지만 찰나였습니다.

갑작스레 낯설게 다가온 맑은 하늘을 보고 잠이 오는 건,

동경일까요,

경계일까요,

청춘일까요,

노인일까요.

그저 나른한 한여름의 관조였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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