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이굽이 이어진 생각의 길

by 글담



서울을 오가면 늘 바라보는 곳이 있습니다.

열차 안에서 졸거나 딴 짓을 하더라도 이상하게 그곳을 지나칠 무렵이면,

눈은 언제나 그곳을 바라봅니다.

나에게 서울은 63빌딩입니다.


서울에 도착하거나,

혹은 떠날 때 63빌딩을 보고 시작과 마무리를 함께합니다.

이제 볼일을 봐야겠다고,

이제야 볼일을 다 봤다고 말이죠.

그곳은 어릴 적 아버지 손을 잡고 가족들과 함께 갔던 추억의 장소이기도 합니다.

고향이 서울인 아버지를 따라 때때로 서울 나들이를 그토록 했는데,

왜 저에게 서울의 이미지는 63빌딩일까요?

아마 어릴 적 주변에서 보지 못했던 고층 빌딩의 상징이었기 때문일까요?

거대한 도시를 나타내는 상징이라서 그렇게 여기고 살아왔을까요.


높다란 빌딩을 보고 도시에서의 삶을 꿈꾼 건 아니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지방의 제법 큰 도시에서 살고 있지만,

서울이 뜻하는 삶의 길,

바쁘게 살아가는 성공의 길을 동경하지도 않았습니다.

없는 게 없는 서울보다 없는 게 많은 이곳이 더 좋은 것도 아닙니다.

그저 길 가다 옆길로 새어 찾아갈 수 있는 작은 도시나 마을이 더 정겹습니다.

소박해서,

시간이 멈춘 듯해서,

작은 골목길 따라 굽이굽이 이어진 생각의 길이 더 좋습니다.


곧게 뻗은 길을 바란 적은 없었습니다.

어차피 인생은 굽이 돌아가는 길이지 않을까요.

그 길은 굵은 땀과 삶의 풍화를 겪어야 하는 길이기도 하겠지요.

그래도 그 길이 더 아름답고 가치 있는 길이라 믿고 싶습니다.

오늘 아침 후배가 보낸 박노해 시인의

“일직선으로 뚫린 길보다는

산따라 물따라 가는 길이

더 아름답습니다.”라는 시 구절처럼 말이죠.


63빌딩은 내가 가는 길에 있는 추억의 상징입니다.

그보다 더 높고 커다란 빌딩이 생겼지만,

그렇게 곧게 솟은 새로운 도시의 상징에 끌리지 않습니다.

나에게는 63빌딩이 굽이굽이 이어진 생각의 길에 세워진 상징일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