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안개꽃이 아래로 고개를 떨구고,
카페는 어느덧 문을 닫을 시간이 됐습니다.
인간의 생도 생기발랄한 시기를 지나 메마른 감정에 휩싸일 때가 오겠죠.
달려야 할 땅만 열심히 보다가 어느 날 문득 멍하니 하늘을 보게 되고,
활짝 열렸던 삶의 문을 어떻게 닫을지 고민할 테죠.
지난 주말.
오후에는 생명을 살리자는 자리에 갔고,
저녁에는 죽음을 기리자는 자리를 찾아갔습니다.
의도치 않게 삶과 죽음에 관한 대화를 나누게 됐지만,
그리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일상의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그런 것이겠죠.
삶과 죽음의 무게보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운’ 일상의 무게가 더 와닿을 수밖에요.
그날은 양 극단의, 그러나 맞닿은 인생의 길 위에 선 느낌이었습니다.
늦가을의 황량한 거리에 나뒹구는 낙엽만큼이나 쓸쓸했던 주말.
괜한 상념에 빠질 겨를도 없이 바삐 이곳저곳을 오가며 길에 시간을 뿌렸습니다.
자동차의 계기판을 보니 하루 동안 10시간을 운전했더군요.
또 오간 거리도 대략 800킬로미터가 되더군요.
그만큼의 거리와 시간을 오가는 동안,
그보다 더 한 이별의 순간을 떠올려야만 했던 하루였습니다.
글을 이어가려고 집중하지만,
피로에 잠식된 정신은 혼미하기 그지없습니다.
원고를 눈앞에 두고 괜히 초고를 탓합니다.
이렇게 쓰려고 그리도 시간을 허비했는지 나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립니다.
모호한 단어와 문장 들을 겹겹이 쌓은 채 뭔지 모를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갰죠.
그게 나밖에 알 수 없는 것이지만.
그래서 실패할 수밖에 없는 글쓰기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노트북을 살며시 덮습니다.
차라리 주말에 있었던 일을 곱씹는 게 나을 듯합니다.
흘러간 시간이 퇴적되어 쌓인 인생이라면,
그 인생에 덧댄 흔적이 인연이라면,
무심히 또 한 번 흘려보내야겠죠.
쌓이고,
덧대고,
지워야만 하는 그림을 오늘도 그리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