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동네카페를 찾지 못했다가 오랜만에 들른 그곳은 따뜻했습니다.
비단 난방 열기 때문은 아니었죠.
잘 알지도 못하는 사이지만,
반가운 인사와 친절한 답변에 겨울 초저녁 추위를 달랠 수 있었습니다.
뭘 마실까 고민하는 동안 느긋이 기다려주고,
이런저런 질문에 귀를 쫑긋 세웠기 때문에 손님이 편안함을 느끼는 것일 테죠.
주인장이 주의 깊게 말을 듣는 모습을 보니 얼마 전 들은 핀잔이 떠오릅니다.
“뜨문뜨문 들으니 그렇지!”
상대방의 일정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고 아는 척하다가 들은 핀잔입니다.
제대로 듣지 않고 어설프게 듣는다고 말이죠.
반대의 경우도 있었죠.
다른 도시에서 하는 일 때문에 누군가에게 물었는데,
어느새 그 물음 대신에 내가 당장 그곳에 가 있는 것으로 말이 돌더군요.
그 누군가가 내 말을 뜨문뜨문 들었기 때문이죠.
사실 ‘뜨문뜨문’의 사전적 정의는 대충 듣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시간적으로 잦지 않고 드문 모양”
“공간적으로 배지 않고 사이가 드문 모양”
사전을 찾아보면 이렇게 나옵니다.
가까운 말로, ‘이따금’, ‘간간이’ 등이 있죠.
이 말이 왜 제대로 듣지 않고 흘려 듣는다는 것을 표현하는 데 쓰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면,
쭉 이어 듣지 않고 ‘간간이’ 말을 들어 흘려들은 셈이니 꼭 틀린 표현은 아니지 않을까요.
카페 창문에 비친 등은 마치 공중에 걸린 불빛처럼 보였습니다.
등불에 홀렸는지 뜨문뜨문 바라봅니다.
그런데 줄곧 바라보는 것보다 어째 더 머릿속에, 아니 가슴속에 남습니다.
가끔은 아주 드물게 뜨문뜨문 보고 듣는 게 뇌리에 남을 때가 있습니다.
글도 마찬가지입니다.
글이 막힐 때,
생각에 치일 때,
뜨문뜨문 글쓰기와 생각을 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그래야 막힌 게 풀리고, 치이는 게 뚫리곤 하죠.
그제야 뜨문뜨문 보고 듣다가 뇌리에 남은 결정적 생각과 문장을 남기곤 하죠.
오늘은 좀 뜨문뜨문 글 작업을 하고 싶은데,
째깍째깍 시간의 압박에 자리를 뜨지 못합니다.
봐도봐도 줄어들지 않는 원고와 풀리지 않는 맥락에 한숨을 쉽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으니 붙잡고 있습니다.
어느덧 해는 뉘엿뉘엿 기울고 카페의 바깥 불도 밝혔습니다.
봄날인지 겨울인지 모를 날씨만큼이나 종잡을 수 없는 마음을 가라앉힐 시간이 왔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