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하지만 읽어야 할 때

by 글담

오랜만에 며칠에 걸쳐 비가 내립니다.

가느다란 나뭇가지에 맺힌 빗방울은 매달리려는 걸까요?

아니면 그저 땅으로 떨어지려는 순간일 뿐일까요?

물론 매달려 있다가 땅으로 떨어지겠죠.

그렇지만 어째 떨어지는 것보다 자꾸만 매달리려 하는 것처럼 보이는 건 왜일까요?

마치 메마른 나무에 생명의 기운을 불어넣으려는 듯 보이네요.

자연스레 땅으로 툭 떨어지기보다 그동안 목말랐던 나뭇가지에 아낌없이 수분을 주려는 듯 말이죠.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요.

카페는 조용합니다.

토요일 늦은 오후에 들렀더니 생각만큼 사람이 있지는 않네요.

책을 펼쳐 놓고 원고를 늘어 놓고 무엇부터 할지 궁리하다가 책부터 읽습니다.

원고를 손보기에 앞서 머리를 미리 풀어 놓으려는 얄팍한 생각때문인지,

아니면 이 책이 자꾸만 나를 잡아 당기는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지금 읽는 책은 어째 숙제를 가득 안겨줍니다.

이 땅에 사는 남자라면 잊고 지내거나 혹은 무시하고 있었던 불편한 사실을 떠올리라는.

그동안 무책임한 ‘남자’로 살았기 때문에 무의미한 ‘인간’이 된 건 아닌가 싶네요.

여자로서 산다는 것과 남자로서 산다는 것.

둘 다 인간으로서 산다는 것이 보장되어야 하고, 
또 존중받아야 할 텐데,

이 세상은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이죠.


나 또한 머리로는 ‘인간’을 떠올리지만,

일상은 ‘남자’로 살아왔던 것만큼은 분명합니다.

그래서 책을 읽을수록 가슴은 뜨끔하죠.

우연이겠지만,

소설 한 편과 사회비평서 한 편을 번갈아 보는데 둘 다 읽기가 불편합니다.

두 책 모두 여성과 소외와 약자를 말합니다.

그 중에서 남자로 읽어야 하는 여성의 이야기는 불편하기 그지없습니다.

그 불편함은 의견의 다름 때문이 아닙니다.

세상의, 혹은 나의 현실을 꼬집어대기 때문이죠.

일부러 외면했든, 또는 미처 몰랐든 간에 핑계를 댈 수 없는 엄연한 현실을 새삼 들여다 봅니다.

불편해도 읽고 사유하고 반성하고 또 물음을 던지는 책 읽기를 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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