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지나갑니다. 가을을 안고

by 글담

늦은 점심을 먹고 종종 걸음으로 카페를 가는데,

외로운 나무 하나가 앙상한 가지에 메마른 잎을 부여잡고 있는 걸 보았습니다.

한겨울이니 잎은 다 떨어졌을 텐데, 하고 잠시 멈춰 바라봅니다.

물기라곤 찾아볼 수 없는 메마른 잎을 나무는 왜 저리 놓지 못할까요?


바짝 마른 잎은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어도 우수수 떨어지기는커녕 저렇게 봄을 맞이하려나 봅니다.

며칠 내린 비에 잠시 적셔지더라도 금세 또 말라버리겠죠.

삭풍은 물기를 날려 버리고 생의 기운마저 몰아내려 할 테니까요.

메마른 나뭇잎은 비 내린 뒤 하루만 지나면 다시 바짝 말라버립니다.

그대로 바스러지지 않을까 했는데 아무일 없다는 듯 버티네요.

저 마른 잎이 봄이 되면 어떻게 될까요?

되살아날까요?

아니면 그제야 새로운 생명에 자신의 자리를 양보할까요.


미련은 떨쳐내야 하지만,

메마른 잎처럼 달라 붙습니다.

굽이굽이 흘러가는 글의 흐름에 굳이 없어도 될 문장과 단어들.

미련일 테죠.

차마 지우지 못해 망설인다는 것 자체가 그 문장과 단어의 생명이 다한 것일 텐데,

붙잡은 채 좀처럼 놓지를 못합니다.


겨울 풍경을 보고 가을을 떠올립니다.

가을이 떠나지 못해 구석진 곳에서 미련으로 남아 있네요.

죽은 나무일까요?

그래도 매해 봄이 되면 새잎이 나고,

여름이 되면 눈부신 푸르름으로 길을 밝히는 걸요.

그러니 미련이라고 해도 무작정 끊어내는 건 아닐 수도.

버려야 할 문장과 단어를 완전히 지워버리지 않고 어딘가에 모아 놓고 훗날을 기약하듯이.


겨울이 지나갑니다.

가을을 안고.

얼마전 느닷없이 찾아온 봄기운에 잠시 헷갈렸지만 아직은 겨울입니다.

가을을 안은 채.

해가 바뀌고 새해의 덕담을 주고받습니다.

미련을 끊지 못한 채.


언젠가는 누군가의 마음을 살짝이라도 흔들 글을 쓰겠죠.

책을 덮은 뒤에 저 먼곳을 바라봤을 때 떠오를 그 뭔가를 남길 만한 글을.

바람이겠죠.

혹은 미련이겠죠.

그래도 그 미련이 때로 길을 가게 하는 이유가 됩니다.

후회만 품은 미련이 아니라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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