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의 불빛이 서로 빛날 수 있도록

by 글담

“아침 일찍부터 지금까지 일하다가 잠시 도망 나왔어요.”

오후 늦게 카페에 들른 태권도 관장이 지친 얼굴로 씩 웃습니다.

“저는 오늘 아침부터 혼자 있었어요.”

카페 사장도 질새라 손님 없이 카페를 지키는 게 힘들다고 하소연합니다.

저요?

“지금이 마감이라 집에만 콕 처박혀 있었네요.”

저 역시 그리 좋지 않은 얼굴빛으로 대꾸합니다.


셋이 모이니 잠시 수다 파티가 열립니다.

오늘의 뜬금없는 주제는 인간관계이네요.

사람을 소개해줬다가 씁쓸함을 맛본 태권도 관장의 푸념이 이어집니다.

톡 쏘기 좋아하는 카페 주인장은 또 선을 건드립니다.

저요?

글 쓰는 척하면서 귀만 열고 입은 다뭅니다.

알면 알수록 알기 힘든 게 인간관계이라서요.


요즘은 부쩍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습니다.

바깥으로 나가는 것조차도 산책할 때나 찌뿌둥한 몸을 펴기 위할 때 말고는 없고요.

그나마 하루에 두 번 산책나갈 때 보는 이런저런 풍경과 이야기에 한숨 돌립니다.

어젯밤에는 덩그러니 홀로 떠 있는 빨간 별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전선 줄에 줄줄이 매달려 있는 다른 별들과는 동떨어져 있는 별 하나.

그래도 불빛을 밝힙니다.

도도하지도 않고,

외롭지도 않고,

그저 그 자리에서 불빛을 밝히고 있습니다.


인간관계라는 것은 각자의 불빛을 지켜봐줄 수 있는 것이지 않을까요.

서로의 불빛이 서로를 가리는 게 아니라 각자가 빛날 수 있는.

그러려면 각자의 불빛 조도가 적당해야 할 테고,

각자의 불빛이 빛나고 퍼질 수 있는 적절한 거리도 있어야겠죠.

일단 각자가 불을 밝힐 수 있어야 하고,

그 불빛이 서로를 침범하지 않을 때,

그 불빛들은 서로 어우러져 장관을 이루겠죠.

저렇게 홀로 빛나고 있더라도 외롭지 않을 테고요.

저만치 위에 달빛도 있으니까요.


잠시 이어지던 수다가 또 다른 손님이 오면서 끊겼습니다.

각자가 자기 일을 하면서 어느덧 카페는 조용합니다.

옆자리의 소곤거리는 대화와 음악이 커피 향과 어우러집니다.

내가 어디에 있는지 새삼 느끼며 불빛을 밝힙니다.

아, 노트북 화면의 불빛입니다.

이제 다시 일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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