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 텀블러를 들고 가지 않은 날.
오랜만에 머그 잔에 따뜻한 커피를 담아 마십니다.
어라, 왠지 더 맛있습니다.
읽던 책을 덮고 잠깐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봅니다.
텀블러의 스테인레스와 머그 잔의 도자기라는 재질의 차이일까요?
오늘 볶은 콩이 유독 맛이 있었던 걸까요.
아니면 읽던 소설의 눈물 쏙 빼는 장면 때문일까요.
며칠 동안 하늘은 먹먹합니다.
그저 먹먹한 하늘에 기분이 우중충한 거라 여겼습니다.
오늘도 구름은 땅 가까이 내려앉아 세상의 공기를 무겁게 만듭니다.
마음은 우중충하다기보다 먹먹합니다.
그저 가라앉고 심란한 게 아니라 뭔가 마음에 가득 차 울렁입니다.
소설 탓일지도 모르겠지만,
마음을 꾹꾹 눌러대는 구름 탓일지도 모르겠지만,
어쩌면 불쑥 솟구치는 그리움 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
오래된 노래를 몇 번이나 반복해서 듣습니다.
얼마 전 찾아간 카페에서 본 북카트에 곁에 자리 잡은 식물이 생각납니다.
떡하니 자리를 잡은 녀석은 제멋대로 자라는 것인지,
주인이 그렇게 돌보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왠지 자유롭습니다.
평소에 보니 주인은 그저 물만 줄 뿐이었습니다.
그러니 자기 마음대로 자란 게 아닌가 싶네요.
가지런히 놓인 책과 함께 있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 위안이 됩니다.
어떻게 되어야겠다는 마음이 족쇄가 된다는 것을 아는 걸까요?
나이를 먹어도 여전히 그 족쇄를 걷어내지 못하니 민망할 따름입니다.
이 녀석을 다시 떠올리니 먹먹했던 마음이 더 짙어집니다.
오늘따라 혼자 덩그러니 앉아 있는 작은 카페의 공기가 제법 밀도가 높습니다.
흘러나오는 음악이 유난히 가슴을 두드립니다.
주인장이 내 마음을 알고 그렇게 선곡했을 리는 없을 텐데.
작업을 하다가도 몇 번이나 한숨을 내쉽니다.
글이 산으로 가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될 정도로 말이죠.
오늘 같은 날은 잠시라도 골목길을 헤매고 싶습니다.
이 무거운 가방만 없다면 좋았을 텐데.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을 보면 마음만 앞설 뿐입니다.
선뜻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이렇게 끄적거리고만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