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는 뜨는데 글은 멈추고

by 글담

이른 아침,

계절의 변화는 해 뜨는 시간으로 알 수 있습니다.

선잠에서 깨어나 남루한 채 먼 길을 나서며 바라보던 새벽별.

어느새 찬란한 태양에 밀려 별은 자취를 감추고 말았습니다.


어떤 이는 졸린 눈을 연신 비비고,

누군가는 새벽의 활기찬 기운을 담아 허리 꼿꼿이 세우고,

또 다른 이는 이별을 아쉬워하며 떠나는 이의 손을 놓지 못합니다.

똑같은 시간을 다르게 보내는 이들이 한데 모인 기차역.

기찻길은 반짝이고,

공장은 하루를 시작하는 연기를 뿜어냅니다.


바람이 부는군요.

마음도 살랑입니다.

글과 사진을 마음에 담지 못한 시간이 못내 아쉬운 듯,

자꾸만 손가락으로 허공에 대고 뭔가를 끄적거립니다.

바람에 흩날리는 글자를 붙잡지도 못하면서.


해가 뜨고 기차가 역 안으로 들어오자 글은 멈춥니다.

글을 쓰지 못한 것은 여러 이유가 있을 테죠.

진득하게 앉아 있지 못했거나,

세상을 또렷하게 바라보지 못했거나,

요동치는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했거나.

내 안의 타자기는 먼지만 쌓이고,

눈 앞의 노트북은 요란하게 글자를 이어갑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글을 쓰지 않고 원고 작업만 했을 뿐입니다.


무엇을 쓸 수 있을까,

은근히 겁도 납니다.

글은 호흡과도 같아서 한순간이라도 놓치면 다시 숨쉬기가 힘드니까요.

뭘 써야 할지 궁리를 할수록 머리는 하얘집니다.

글감을 찾는 시선도 무뎌졌고,

세상을 읽는 마음도 무감각해졌습니다.

해는 저리도 찬란하게 매일 뜨는데,

글은 이리도 무참하게 매일 숨을 죽입니다.


밀린 책부터 읽어야겠습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