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 일찍 목련이 피었더라고요.
금세 인사를 마치고 떠나갈 듯해서 담아 두었는데,
며칠 비가 오고 바람이 불고 또 햇살이 비추니 떨어지고 타올라 버렸습니다.
무심히 그렇게 봄이 지나가는가 싶어 가슴속은 소슬바람이 불어옵니다.
꽃 구경을 못 가서 아쉬운 게 아니라,
속절없이 흘러가는 시간이 아까운 게 아니라,
봄이 봄의 옷을 제때 입지 못하는 세상의 변화에 당황했기 때문입니다.
맑은 날,
푸른 하늘을 향해 아직은 수줍은 듯 꽃봉오리를 연 목련.
목련의 뒷모습에서 그리움을 엿봅니다.
한동안 그리워하다가 이제 만났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또 사라질 그 운명을 떠올립니다.
그동안 숱하게 만나고 떠나 보냈던 인연들처럼 말이죠.
씁쓸한 목련과의 만남은 그렇게도 짧게 끝나고 말았습니다.
그리움은 마음속 끝없는 강을 따라 길게 이어지고요.
목련을 떠나 보내고 공원을 산책합니다.
어라, 이번에는 장미가 하나둘 피었습니다.
오월의 장미라고 하는데,
장미도 일찍 고개를 내밉니다.
분명 어제까지는 보지 못했는데.
봄날은 뭐가 그리 급한지 서두르고,
마음은 뭐가 그리 아쉬운지 일렁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뭔가 서두르는 게 불안합니다.
만남도 이별도 시간도 서두르다가 그르칠 때가 많습니다.
그때마다 떨어진 목련이 타들어가는 것을 보며 회한이 들 듯,
심장이 아려옵니다.
그러다가 또다시 새로 피어나는 장미를 보며 설레듯,
세상만사에 서두르고 조급해하겠죠.
어째 이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어제 오늘은 봄의 여운이 싹 사라지고 초여름의 더위가 찾아왔습니다.
내일은 또 기온이 내려간다고 하네요.
다시 봄이 올까요?
그럼 느긋하게 세상과 사람을 바라볼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