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산책을 다니던 공원을 다시 찾은 날.
그새 장미정원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장미가 한아름 피었습니다.
전날만 해도 듬성듬성 피어 있던 장미가 형형색색으로 꽃밭을 가득 메웠습니다.
뭐가 그리 급했는지 금세 활짝 잎을 열고 태양과 달빛과 비를 번갈아 맞이합니다.
시간에도 가속이 붙는지 몰라도 하루하루가 다른 공원의 풍경입니다.
길거리 사람들의 모습도 그새 달라졌습니다.
낯을 가리던 마스크를 벗어 던진 채,
겹겹이 몸을 에워싸던 옷도 한결 가볍게 바꾼 채,
늦봄과 이른 여름을 맞이합니다.
오랜 시간 꼭꼭 싸맸던 마음도 한껏 열어젖혔을까요?
따뜻한 바람에 실린 꽃 내음은 오월의 밤을 채웁니다.
붉고 노란,
활짝 꽃잎을 벌린 장미 밭을 지나는데,
저만치 홀로 있는 꽃봉오리가 눈에 띄네요.
굳이 눈물이라 부르지 않으려 했지만,
종일 내린 비를 머금은 게 어째 홀로 있는 처량함 때문일까요.
아니, 어쩌면 이제야 세상을 마주한다는 기쁨의 눈물일지도.
곳곳에 아기 얼굴만 한 장미들이 피어 있는데,
이 빨간 장미만은 느지막하게라도 제 존재를 드러내려는 듯,
조금씩 슬픈 미소를 짓고 있습니다.
혼자 있다고 해서 외로운 것은 아니겠죠.
같이 있다고 해서 행복한 것도 아니지요.
나를 온전히 드러내고,
단순한 공감의 즐거움을 느낄 때 외로움을 다소 떨쳐낼 수 있을 테죠.
산책을 하다 말고 전화기를 만지작거립니다.
그러다가 늦은 밤임을 새삼 떠올립니다.
누군가의 평온한 안식을 깨트릴 수 있는 연락일 수 있겠죠.
전화기를 다시 품에 넣은 채 뭔지 모를 향기를 따라 걷습니다.
향기를 벗 삼아 오월의 첫날밤을 무심히 보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