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바람처럼 오가는 손길

by 글담

오늘은 카페 주인장이 자리를 비워 대신 주인장 노릇을 합니다.

뭐, 카페 주인장이 있어도 가끔 손님들은 저를 보고 사장님이라고 부르더군요.

카페에 오니 예전에 알바를 하던 친구가 그림을 그려 보냈습니다.

루프탑 카페가 환상 속의 세계에서는 저리 바뀌는군요.

나만의 상상 속 공간이자,

나만의 쉼터가 될 수 있는 공간.

다들 책 한 권 들고 카페에 들어설 때마다 꿈꾸지 않을까요.


오갈 데 없는 고양이가 제 한몸 뉘고,

바깥 정원으로 이어지는 연못에는 물 한 가득 채워 물고기가 노닙니다.

각양각색의 꽃은 틈이 있는 곳이라면 제 자리라 여기고 피어 납니다.

저런 그림을 그릴 수만 있다면 하는 부러움이 잠시 들지만,

그저 바라보며 그린 이의 상상을 음미하는 재미로 갈음합니다.

고양이보다 개를 좋아하기에 시골 강아지 모습도 떠올리면서요.

그림을 보고 있으니 책이 필요한 시간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습니다.

일하는 중에 잠시라도 책을 꺼내 읽어야겠습니다.


날이 덥습니다.

문을 열고 환기를 시킨 뒤에 주인장이 당부한 꽃 화분에 물 주기를 합니다.

화분에 물을 주고 분무기로 예쁜 분홍꽃에 뿌리며 샤워도 시켜줍니다.

개운할까요?

그보다 며칠 목이 말랐던 갈증을 풀었겠죠.

나야 그저 물을 받아 주는 것에 불과하지만,

꽃은 생명을 이어갈 생명수를 받아 마시는 것일 텐데.


의도적인 외면으로 손길을 거부할 때가 있습니다.

내 갈 길이 바빠서,

내 살 길이 바빠서,

물 떠다 주는 것마저 외면할 때가 있죠.

오늘 읽은 책에서는 그러지 말라고 하네요.

세상에는 공기 마시듯 아픔을 겪는 사람들이 많다고요.

사실 나라고 그들과 다르지는 않을 겁니다.

많은 이가 불행과 소외를 겪으면서도 객관화시키기도 하죠.

그 객관화는 불행과 소외를 관조하는 게 아닙니다.

그저 거리를 두고 고개를 흔들며 자기는 아니라고 할 뿐이죠.


지붕 위의 고양이처럼 느긋하게 세상을 바라보면 좋겠습니다.

잠시라도 고개를 돌리거나 넓게 보면,

손을 내밀거나 내민 손을 맞잡을 때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되겠죠.

그 손길이 살랑거리는 오월의 바람처럼 사람과 사람 사이를 오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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