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에서의 아침 산책은 한가합니다.
그늘 밑 벤치에 누군가 앉아 있네요.
중년과 노년의 경계에 있을 듯한 여성이 홀로 앉아 있습니다.
편안한 등산복을 입고,
짙은 선글라스로 눈을 가린 채,
허리를 꼿꼿하게 세워 정면을 바라보며.
주위에는 아무도 없고 조용한 가운데 뭔가 소리가 들려 옵니다.
귀 기울이니 클래식이 흐르는군요.
스마트폰에서 흘러 나오는 음악이 왠지 거슬리지 않습니다.
가끔 산책길에 자기 혼자 흥에 겨운 분들이 있습니다.
그들이 시끄럽게 음악을 틀고 다니던 광경과는 사뭇 다릅니다.
아무도 없는 공원에서 자기만의 공간을 그려 놓고,
그 공간 안에서 음악이 흐르는 듯하네요.
오달진 마음에 잠시 발걸음을 늦춥니다.
기대하지 않았던 공원 작은 길 음악회를 마주 했으니 행운이랄까요.
타오를 듯한 햇살에 시들해지던 장미도 다시 생의 기운을 뽐내는 듯합니다.
살짝 부는 듯 마는 듯 바람은 내 몸을 스쳐가고,
슬쩍 들릴 듯 말 듯 음악은 내 마음을 어루만집니다.
다시 발걸음을 옮깁니다.
그다지 오래 머물지도 않았고요.
어쩌면 홀로 그 공간과 시간과 음악을 즐기려는 이를 방해할까 봐.
문득 이른 새벽에 나서서 나도 그러고 싶네요.
음악이든 책 이야기이든 무엇이든 간에 조용히 들을 수 있다면요.
그 순간이 나를 고요하게 만들고,
찰나의 순간일지라도 내면의 나를 만날 수 있을 듯해서요.
길을 또 이어가려는데 팔뚝에 무당벌레가 턱하니 앉습니다. 허락도 없이.
팔을 가벼이 흔들고 훅 하고 불어내어 떨쳐냅니다.
너 갈 길을 가라고.
머릿속은 주말이지만 해야 할 일로 슬슬 채워집니다.
한가한 산책에 방해가 될까 싶어 심호흡을 크게 합니다.
오늘은 일요일이니까요.
해야 할 일은 오후에나 하면 될 테지요.
그래도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