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요의 시간에 세상을 바라봅니다

by 글담

비가 툭툭 떨어지는 걸까요?

꽃잎이 툭툭 떨어지는 걸까요?

세찬 비바람이 잦아들자,

어디선가 들려오는 툭툭 떨어지는 소리에 귀 기울입니다.

여름이 대지를 물들이는 소리였나 봅니다.


선선한 새벽바람에 머리를 깨우고,

시집을 꺼내 읽습니다.

아니, 한 편의 시에 담긴 세상을 엿봅니다.

눈 내리는 서울역을,

비 내리는 강변을,

땅에서 솟아나 다시 땅과 손 잡으려는 버드나무 곁을.

하루에 두세 편씩,

여러 세상을 둘러본 뒤에야 내가 있는 이곳을 바라봅니다.

지리멸렬하거나 애쓰는 이곳 세상을.


책을 두고 대화를 나누는 것은 즐거우면서도 긴장되는 순간이죠.

책 이야기를 한다는 게 고달픈 현실을 벗어나는 것도 아닌데,

어쩌면 책을 통해 내가 살고 있는 복잡한 세상 이야기를 하죠.

그런데도 즐겁고, 또 긴장합니다.

책을 좋아하는 동지를 만났기에 즐거운 것이고,

어설프고 얕은 밑천이 드러날까 긴장하는 것이겠죠.


비 오는 날,

오랜만에 혼자 읽는 좁은 방에서 벗어났더니 개운합니다.

그 친구도 그랬으면 좋을 텐데요.

각자가 읽는 책 이야기는 각자의 세계를 드러내는 것일 테죠.

그렇게 그 친구의 세계를 조금 들여다 봅니다.

관음이 아닌 관심으로.


오늘도 비는 추적추적 내리다가 휘몰아치며 내리다가,

이윽고 청량한 한여름의 잔잔한 빗방울로 바뀝니다.

마치 내 마음처럼 말이죠.

한동안 고요하게 적요의 시간을 보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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