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홀한 소멸의 절정을 향해

by 글담

사람들은 저마다 카페에 들어서며 한마디씩 합니다.

“아휴, 그동안 비가 와서 못 왔어요.”

잠깐 해가 비치고 하늘이 맑았던 순간,

카페 문이 연신 딸랑거리는 종소리를 내며 열립니다.

활짝 웃는 얼굴,

수줍은 미소를 머금은 얼굴.

손님들은 제각각의 표정으로 주인장과 눈을 마주치며 인사를 나눕니다.

그중 몇몇은 단골이라는 묘한 동료 의식으로 서로 안부를 묻습니다.

한순간에 작은 동네 카페는 반가운 인사를 나누는 소리가 그득 차 올라 정겹습니다.


잠시 갠 날씨,

문득 작열하는 태양을 향해 꼿꼿이 고개 들고 타오르던 장미가 생각 나 사진을 꺼내 봅니다.

제 몸 불사르듯이 여름을 껴안던 붉은 장미는 어찌 됐을까요?

장미의 찬란한 여름은 황홀한 소멸의 절정으로 이어졌을 테죠.

끝을 향해 가는 생명의 화려한 기운이란 부조리이겠죠.


마치 찰나의 순간을 보낸 듯 금세 다시 비가 쏟아집니다.

끝 모를, 아니 언젠가는 끝이 있겠지만 알 수 없는 끝을 기다리느니 비의 속삭임에 귀 기울입니다.

아, 그 속삭임은 어느새 우레와 같은 함성으로 바뀝니다.

분명 무언가를 잊지 말라는 아우성인 듯하고요.

폭우와 폭염.

생과 사의 갈림.

내가 어쩔 수 없는 세계.


장미는 갈림의 순간에서 검붉게 타오르다가 대지로 꽃잎을 흩뿌리겠죠.

나는 이 세상에 무슨 흔적을 남길까요?

흔적을 남기려는 오만은 또 뭘까요?

이래저래 고개를 가로젓는 한여름의 장마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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