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쳐 쓰러지느니 쉬엄쉬엄 가죠

by 글담

단조로운 생활은 행동마저 굼뜨게 합니다.

갈 곳도 없고, 할 것도 없으니 그저 원고만 파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읽다 만 책을 다시 펼칩니다.

자기를 배려하기 위해서라도 혹독한 공부와 수양을 하라는 책입니다.

제법 두꺼운 책을 읽고 있으니 시간은 훌쩍 지납니다.


답답한 실내에서 벗어나 밖으로 나갑니다.

해는 저물고 세상은 노랗고 붉은 색감으로 물들어집니다.

해 질 녘 노을 덕분에 어수선한 세상살이를 잠시 잊습니다.

커피 한 잔이 간절해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마셨더니,

온몸이 후끈합니다.

아무리 더워도 차가운 커피보다 따뜻한 것을 고집하곤 하죠.

더위쯤이야, 하고 애써 자위하지만,

괜한 고집을 부린 것밖에 되지 않습니다.

땀으로 범벅된 채 연신 손으로 부채질을 합니다.

덥네요.


노을이 장엄하고 아름다워 잠시 가던 길을 멈춥니다.

가만 생각해보니,

가던 길을 종종 멈추는 듯합니다.

꽃이 예뻐서,

바람이 시원해서,

아이들이 정겨워서,

폐지 줍는 할머니가 안쓰러워서.

그 모습들과 길거리 소리에 잠시 멈춥니다.

때로는 불현듯 찾아든 부끄러웠던 옛 기억 때문에 멈추기도 하죠.


무조건 앞만 보고 달리라고 채찍질하는 세상입니다.

달리다가 탈진하여 쓰러지면 그건 너의 책임이라고 외면하면서.

그러니 누군가의 채찍질에 휘둘릴 수는 없습니다.

그냥 알아서 가다가 멈추고 쉬고 숨을 내쉬고,

앞이 아닌 옆과 뒤를 바라보는 게 어떨까 싶네요.

지쳐서 쓰러지느니,

알아서 쉬엄쉬엄 가는 게 좋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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