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떤 회귀의 산책을 하는 걸까요

by 글담

바로 앞에 쉴 곳이 있는데,

장미는 제자리에 머물러 서 있습니다.

지나가는 이들이 지켜보거나 말거나 아랑곳하지 않고.

햇살은 장미를 비추는 스포트라이트일까요?

서서히 소멸을 재촉하는 열기일까요?


뜨거운 햇살은 서서히 나에게로 옮겨 옵니다.

가림막을 해주던 구름은 저만치 흘러갔고요.

그럼 나는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걸까요?

소멸로 한걸음 더 다가가게 하는 열기에 지쳐가는 걸까요?


타박타박 공원을 둘러보니,

열기로 홍조 가득한 얼굴들이 둥둥 떠다닙니다.

더운 것마저도 자연의 섭리라고 여겨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걸까요?

그렇게 빤히 바라보는 것조차 지쳐서 발걸음을 옮깁니다.

그늘밑을 찾아,

시원한 바람 통로를 찾아,

앉을 곳을 찾아.


공원의 길을 따라 걷는 것은 의도된 길을 걷는 것입니다.

구불구불 길 따라 걷다 보면,

의도한 조형물과 꽃밭과 쉴 곳과 사람을 만나게 되죠.

돌고 돌아 걸으니 어느덧 출발한 곳에 돌아옵니다.

소멸이니 스포트라이트니 할 것도 없이 원점으로 다다랐는데,

단순한 회귀일까요?

나선형 회귀일까요.


회귀가 나선형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조금이나마 무언가를, 어디론가를 향해 올라가는 나선형 회귀.

영원회귀까지 떠올리지는 않을지라도,

니체의 산책에 발끝도 미치지 못하더라도,

홀로 선 장미를 바라보면서 잠시나마 사색에 빠졌다가,

다시 돌아오는 회귀의 산책이라면 좋을 텐데요.

그냥 덥다는 생각에 파묻혀 연신 손 부채를 부치고 있습니다.

여름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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