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시원한 한 줄기 바람보다 더

by 글담

열기로 빨갛게 달아오른 뺨의 두 아이가 재잘거리며 걸어갑니다.

덥다며, 짜증 난다며 툴툴거리는 건 어른들인가 봅니다.

아이들은 더우면 더운 대로 친구와 함께 걷는 길이 그저 즐거울 뿐입니다.

어른들은 덥다고 곁에 붙지 말라며 밀어내지만,

아이들은 더워도 함께 가자고 소곤거립니다.


뙤약볕에 잠시라도 있을 수 없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립니다.

그러다가 고개를 들어보니 한 줄기 햇살만이 있을 뿐입니다.

한 줄기가 대지를 뜨겁게 달구고,

한 줄기가 공기를 달뜨게 만듭니다.

그래도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가 청량합니다.

어쩌면 시원한 한 줄기 바람보다 더.


시원한 에어컨 바람에도 기운을 차리지 못합니다.

한바탕 수다라도 떨어야 기운을 차릴까요.

그러고 보니 혼자 있네요.

수다를 떨 상대도 없으니 책을 펼칩니다.

어느 역사가의 평전인데,

그의 이야기보다 그가 살아온 시대가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어느 부분은 같은 시절을 보냈을 터라,

느낌표와 물음표를 곳곳에 던지며 시대를 되짚어봅니다.


책장을 덮고 잠시 밖으로 나왔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금세 후회하며 그늘을 찾습니다.

가녀린 나뭇가지에 매달린 나뭇잎에 몸을 의지합니다.

잠깐이라도 햇살을 피하려고요.

나뭇잎 한 장이 이토록 반가울 수가.

여름은 작은 것에 대한 감사를 느끼게 해주는 계절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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