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에 대한 소박한 바람, 혹은 착각

by 글담

“따뜻한 거 맞죠?”

아무리 더워도 따뜻한 커피를 고집하는 저에게 카페 주인장이 묻습니다.

씩 웃고는 고개를 끄덕입니다.

뭐, 어차피 시원한 에어컨을 틀어 놓은 차로 온 데다가,

카페 안도 시원하니 무슨 상관이랴 싶어 뜨거운 커피를 주문합니다.


가끔은 이렇게 현실과 동떨어진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더운데 덥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뜨거운 음료를 주문하는.

바깥은 환한 대낮인데 실내의 등불을 바라보며 어둠을 반추하는.

그게 착각일지,

아니면 애써 자신이 원하는 현실에 대한 소박한 바람일지 알 수 없습니다.


할 일은 태산인데,

일정은 꼬일 대로 꼬여 애를 먹습니다.

게다가 날씨는 어떤가요?

온몸과 정신을 무너뜨리는 날씨에 저항해보지만,

번번이 무너지고 마는 나날입니다.

이럴 때는 어떤 소박한 바람이 있을까요?

그저 시원한 바람 한 줄기?

아마도 그것만으로는 부족할 듯합니다.

그저 시간을 쪼개고 나누어 일을 할 수밖에요.


집중은커녕 자꾸만 혼이 나가버리고 맙니다.

저 등불처럼 한곳만을 비추고 있어야 하는데,

어째서 나의 정신은 태평양 구석구석을 다 비추려 듭니다.

이러니 일이 될 리가요.

뭔가 방법을 찾으려 두리번거립니다.

책을 읽으며 자세를 가다듬고,

원고를 뚫어져라 보며 술술 풀리기를 바라고,

이것저것 먹으며 될 대로 되라는 호기도 부려 봅니다.


이래저래

안팎으로

여기저기

혼란한 소식이 들립니다.

그럴수록 등불이 되어 한곳만을 비추려 합니다.

뭐, 정신 똑바로 차리자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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