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아름다운 건 꽃이라서겠죠

by 글담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

“핫초코…”

한 외국인이 동네 카페에 들어서자 주인은 반가이 맞습니다.

아마 단골인 듯하네요.

그는 고된 일과를 마치고 가벼운 마음으로 카페에 들렀을까요?

진한 향수 내음이 나는 걸 보니 방금 샤워를 하고 나온 것 같네요.

자리에 앉더니 영화를 보는군요.

이어폰이 없는지 스피커로 대사가 흘러나옵니다.

뭐, 시끄러운 소리는 아니라서 책 읽는 데 거슬리지는 않고요.

시원한 바람이 살갗을 스치며 지나가고,

선물로 받은 책을 읽는 그 시간이 그저 한가할 따름입니다.

이번에는 한 무리의 아주머니들이 수다 삼매경에 빠졌습니다.

귀는 열려 있는지라 늙어가는 피부 걱정 이야기가 쏙쏙 들려옵니다.

햇살에 많이 노출되면 주름이 많이 생기고 빨리 늙는다며,

이 여름의 뜨거운 한낮을 피해 이야기를 주고받습니다.

“검둥이가 왜 피부가 좋은지 알아?”

“중국인들이 왜 그렇게 빨리 늙느냐면 못 살아서 그래.”

‘검둥이’와 ‘중국인’ 이야기에서 묻어 나오는 무의식의 편견이 거슬리네요.

나도 편견이라는 단어에서 벗어나지 못한 터라 미간을 찌푸릴 뿐입니다.

어디선가 나 또한 편견을 확신과 논리라 착각하고 이야기하고 다녔을 수도.

“우리가 좀 시끄러웠죠?”

책을 읽고 있는데 한 아주머니가 나가면서 씩 웃으며 무안해합니다.

아니라고 손사래를 치지만,

그분들이 이야기할 때 피곤함에 한숨을 내쉬었던 게 괜한 오해를 불러일으켰나 봅니다.

그분들은 옆의 낯선 사람도 배려하려는 마음을 가진 분들이었죠.

편견에 사로잡힌 이야기를 한다고 미간을 찌푸렸던 게 되려 무안하군요.

모두가 편견과 배려의 경계에서 헤맬 뿐인데.

편견 없는 사람이야말로 가장 편견에 사로잡혔다는 말이 있죠.

가만 생각해보니,

한동안 “나는 편견이 없어.”라는 말을 아무렇게나 떠들고 다녔던 것 같습니다.

그만큼 편견의 늪에서 허우적대면서 말이죠.

뒤늦게 내가 뱉은 말만큼이나 부끄러움이 고여 썩은 내를 풍겼던 게 아닐까요.

비가 내리다가 잠시 멈춘 순간.

괜한 민망함에 밖으로 나오니 배롱나무꽃이 다행히도 대롱대롱 매달려 있습니다.

비바람이 손잡고 가자는 유혹을 제법 버텼나 봅니다.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비가 오면 오는 대로 흔들리고, 또 얼굴을 씻어 냅니다.

꽃이 아름다운 건,

꽃이라서겠죠.

세상 편견 따위 아랑곳하지 않고 세상을 마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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