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처럼 비 오는 어느 날이었습니다.
그날은 오늘과 달리 억수비가 쏟아졌죠.
캄캄한 밤을 더욱 어둡게, 또 소란스럽게 비가 쏟아졌습니다.
장대비는 굵은 빗줄기만큼 사람들의 마음을 두드리나 봅니다.
귀갓길인지 약속 장소로 가는 길인지 모르지만,
저마다 총총 걸음으로 제 갈 길을 재촉합니다.
나도 갈 길이 바쁜지라 후두둑 빗소리에 맞춰 잰걸음으로 서두릅니다.
지하철역이 가까워집니다.
한 청년이 우산도 없이 하염없이 비를 맞으며 절룩대며 걸어가네요.
무수히 오가는 사람들은 우산 속에 시선을 감춘 채 바삐 지나칩니다.
어리석게도 비 한 방울 옷에 떨어질까 봐 잔뜩 움츠렸던 나는 잠시 갈 길을 멈췄습니다.
작은 우산 안에 각자 몸의 절반을 비에 맡기고는 지하철역으로 천천히 향합니다.
청년은 연신 고맙다며 어눌하게 말을 늘어놓습니다.
나는 괜스레 궂긴 날씨를 투덜대며 웃습니다.
별일이 아니기에 별일 아닌 듯.
역사 계단이 아니라 엘리베이터로 가서 줄을 섰는데,
한 우산이 앞을 비집고 들어오네요.
급한가 봅니다.
그래봤자 타고 내리는 건 찰나의 차이일 텐데.
딱히 인상을 구길 이유가 없어 청년을 배웅하고 돌아섰습니다.
웃는 얼굴로 만났으니,
웃는 얼굴로 헤어지고 싶었을 뿐입니다.
우산 하나 아쉬울 때는 세상 그 어떤 것도 부럽지 않습니다.
그저 비를 피할 연잎 하나라도 있으면 좋을 뿐.
그 연잎을 빌려줄 수 있으면 별일 아니라도 서로가 웃을 수 있습니다.
소박하게, 소소하게 웃는 세상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비에 젖은 채 동네 카페를 찾았습니다.
얼마 전 찾았던 이 카페처럼 따뜻한 빛이 가득한 공간입니다.
따뜻한 빛으로 으슬으슬 추운 몸을 녹이고,
따뜻한 커피로 딱딱했던 마음을 풀어 헤칩니다.
아담하면서도 따뜻한 공간이 반갑다 못해 고맙네요.
잠시 일을 멈추고 소설을 꺼내 듭니다.
소설은 별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래서 더욱 별일 아니기에 별일이 아니었던 그 시간이 자꾸만 떠오르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