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한낮 산책은 한가롭기만 합니다.
공원 곳곳에서 각자의 점심을 먹는 풍경은 느긋하기만 합니다.
한 할머니는 비닐 봉지에서 송편을 꺼내네요.
아직 추석의 여운은 남아 있습니다.
어떤 아저씨는 배고픔보다 목마름이 더 급했나 봅니다.
물을 꺼내 벌컥벌컥 들이켜고 한숨을 돌립니다.
저마다 일상의 중간에 쉼을 즐기는군요.
잠깐이라도 나만의 시공간을 가지려 공원에 온 게 아닌가 싶네요.
똑같은 연두빛 작업복을 입은 공원 미화원 무리에서 한 분이 외따로 떨어져 있습니다.
어딘가에 전화로 통화하는데,
잔잔한 미소를 지닌 얼굴로 손가락 글씨를 허벅지에 씁니다.
대화를 나누며 미처 전하지 못한 말을 쓰는 걸까요?
상대방의 말 중에서 가슴에 새겨지는 따뜻한 말을 쓰는 걸까요.
옅은 가을의 햇빛은 대지 곳곳에 짙은 햇살로 바뀌었습니다.
한여름 풍성한 나뭇잎은 가을이 돼도 밀치락달치락하며 바람을 느낍니다.
그 틈 사이로 보이는 저 높은 하늘은 무한의 세계로 들어가는 입구인 듯합니다.
유한의 존재이기에 무한으로 향하는 문에 시선을 뗄 수 없는 걸까요.
부조리의 운명을 알기에 무한한 욕망을 추구하는 인간의 숙명을 떨칠 수 없는 것처럼 말이죠.
가을바람 들락날락하는 카페 창문가에 앉으려 2층 카페에 올라갔습니다.
아, 그 사이에 나보다 더 그 자리에 어울릴 다정한 연인이 앉습니다.
뭐, 어쩔 수 없죠.
카페 구석자리라도 가을을 느끼기에 모자람이 없습니다.
노래와 바람과 햇빛과 수다 소리가 어울린 가을 한낮의 풍경은 모두 담고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