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랗고 빨간 튤립이 갈색 테이블을 배경으로 놓여 있습니다.
시들기 직전의 마지막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하니,
<그리스인 조르바>에 나오는 오르탕스 부인의 퇴색된 아름다움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요?
그녀는 과거의 한때를,
젊었을 때의 아름다운 외모를 회상하며 죽음으로 한걸음 다가갈 뿐인데.
아름다움은 간혹 묘한 허탈감을 불러일으킵니다.
고요한 존재의 감각을 일깨우며 아름다움을 저만치 떨어져서 바라봅니다.
샛노랗고 빨간 튤립은 나의 정신을 앗아가듯 빨아들였다가 밀쳐냅니다.
색의 향연을 보다가 뭔가 떠오릅니다.
가방에서 만년필과 노트를 꺼내려니 마음이 급해 스마트폰 메모장을 엽니다.
그 찰나의 순간에 생각난 게 달아날까 봐 얼른 톡톡 두드립니다.
나중에 보면 굳이 그렇게 야단법석을 떨었어야 했나 싶을 만큼 부끄러워지겠지만.
글귀가 생각을 이끌고,
생각이 글귀로 이어지기에 톡톡 두드리거나 끄적끄적 쓰곤 합니다.
때로 뭔가를 보고,
혹은 생각이 떠올랐을 때 굳이 글이 아니어도 될 때가 있습니다.
사진 한 장,
그림이나 낙서 한 꼭지.
그것만으로 사유의 폭을 확장시키곤 하죠.
장황한 말 때문에 사유의 본질이 흐려지는 것보다 나으니까요.
“그렇게 길게 쓸 필요 없어.”
언젠가 뭔가를 알리는 글을 쓰려 하니 옆에서 뭐라 합니다.
이야기를 엮어내 쓰려는 의도가 지루하게 보였나 봅니다.
“요즘은 이미지만 보니까. 안 읽잖아?”
글쎄요.
누가 요즘 긴 글을 읽을까 싶긴 하네요.
구구절절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직관적으로 알리거나,
또는 사유할 수 있도록 하는 이미지라면 좋겠습니다.
아쉽게도 나에겐 그런 재주는 없으니 자꾸만 길게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