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길에 떨어지는 계절입니다

by 글담

길에 시간이 떨어져 있습니다.

알록달록한 시간이 땅에 떨어져 세월의 흔적으로 남습니다.

한 사람의 고유의 세계가 흔적도 없이 사라질 수 있듯이,

이 시간도 잠시나마 남긴 흔적조차 곧 사라질까요.


이 계절의 시간만큼 태양도 일찍 자취를 감춥니다.

카페 안은 햇빛보다 전기 불빛으로 채워지고,

사람들의 수다는 차츰 은은하게 공간을 메워갑니다.

가을의 저녁,

가을의 시간,

가을의 공간.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골목길을 서성이는 계절입니다.


비가 오려나 봐요.

어둑합니다.

어차피 곧 해가 질 테니 상관없으려나요.

불빛은 철망 사이로 빠져 나와 공간에 닿습니다.

가두어도 갇히지 않으려는 듯 비집고 나와 공간을 밝힙니다.

억압받고 소외돼도 존재 가치와 살 권리를 인정받으려는 사람들처럼.


길에 떨어진 시간도 어쩔 수 없이 떠나보내는 게 아닙니다.

길 곳곳에 떨어뜨린 시간에 담긴 각각의 삶이 있습니다.

단풍이 쌓이고 썩어 나무의 자양분이 되는 것처럼,

각각의 지나간 삶은 앞으로 다가올 시간의 버팀목이 될 테죠.

다만 지나간 시간에 옭매여 있지 않는다면.


모든 게 귀찮을 시간입니다.

해가 지고 달이 뜨는 시간.

혹은 비가 올 듯 말듯 하늘이 울려는 순간.

커피 한 잔에 달콤한 케이크로 달래보지만,

떨어진 시간을 줍지 못한 아쉬움은 쉬이 가시지 않습니다.

망연히 철망에 갇힌 빛을 정면으로 바라봅니다.

눈 부시지 않게,

가슴 떨리지 않게,

가을이 다가오는 것을 반기는지 아닌지 모를 귀찮은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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