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을 산책하는데 어디선가 향기로운 내음이 흘러 들어옵니다.
마치 봄날의 꽃향기처럼.
지난 가을에는 못 맡았던 것 같아 주위를 두리번거립니다.
혹시나 향수 냄새는 아닌가 싶어서요.
주변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나무와 꽃, 바람이 어우러져 향기를 공원에 가득 채우고 있었습니다.
가을 향기도 봄날의 그것처럼 달짝지근합니다.
공원 곳곳에 아직도 피어 있는 빨갛고 노랗고 하얀 장미,
분홍의 배롱나무꽃이 눈에 들어옵니다.
스산한 가을바람에 시들어 버리는 중이지만,
꽃들은 저마다 존재감을 잃지 않으려는 듯 뽐냅니다.
인생의 황혼이라고 해도 젊음의 나날을 꿈꾸듯이.
햇살 아래 장미의 뒷모습은 화려한 앞모습과는 달리 여운을 남깁니다.
가을이라 해도 봄날을 떠나 보내지 않았다는 듯이,
봄날의 여운을 느끼고 있으니 조용히 지나가라는 듯이.
붉은 장미는 햇살을 지나보내지 않고 품에 안습니다.
한밤에는 달빛을 품겠지요.
마치 시간을 그러안고 영원히 지지 않으려고 말이죠.
다시 산책길에 나섰는데,
공원 저편에서 한 노인이 한껏 멋을 부리며 서 있습니다.
하얀 바지에 윤이 나는 검정 구두, 페도라와 선글라스로 멋쟁이의 기질을 보여줍니다.
주변의 노인들이 웃으면서 손가락으로 그분의 패션을 하나씩 짚으며 뭔가 말합니다.
멋쟁이 노인은 아랑곳하지 않고 웃으며 어깨를 폅니다.
가을의 인생이 아니라 봄날의 인생을 구가하듯이.
가을이라 침잠하는 것일까요.
괜히 계절 탓을 하며 고요와 멈춤으로 가라앉은 기분을 살리려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조울증처럼 기분이 오락가락 해서는 안 될 듯해 밤하늘 별을 헤아립니다.
사탕이나 초콜릿을 가져왔어야 하나 하고 주머니를 만지작거립니다.
그보다 생의 기운을 느끼려는 욕구가 스멀스멀 올라오기 때문이겠죠.
내 안의 봄날을 더듬어 봅니다.
공원의 달큰한 향기만큼이나 내 삶의 향기는 어떨지 모르겠군요.
누군가에게는 그리 반갑지 않을 수도 있겠죠.
오지랖이 풍기는 내음을 반가워하는 이들도 있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