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계절 때문에도 그럴 거예요.”
의사 양반은 축 처진 몸과 시선으로 바라보는 나에게 위로 아닌 위로를 건넵니다.
온전히 내가 잘못된 게 아니라 계절 탓도 있다고.
앙상한 나뭇가지에 자꾸만 눈길이 가는 이유가 있다고.
해가 짧아진 늦가을,
어둡고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돌아다니다 발견한 카페.
깨진 벽의 흔적이 공간을 구분하고,
닫힌 문의 완고함이 시간을 멈춰버립니다.
아무도 없이 주인장 혼자 있는 카페에 들어서는 순간,
잠시 멈칫했습니다.
왠지 이 공간에 발을 들이면 한동안 우울할 듯해서요.
오랜만에 낯선 공간을 찾았다는 설렘보다 우울이라니.
계절 탓인지,
마음 탓인지,
원고 탓인지,
종잡을 수 없는 감정의 동요에 자리를 잡고 앉아도 멍하니 벽만 바라봅니다.
어디선가 환청이 들립니다.
언제까지 그리 궁상을 떨고 있을 거냐고.
오랜 시간을 머금고 있는 가구,
오랜 시간을 담았을 벽을 바라보며 잠시 심호흡을 합니다.
그 시간 동안,
이 공간은 한때 누군가의 아늑한 집이었을 테고,
이제는 집주인이 아닌 방문자들의 아늑한 카페이겠죠.
나야 괜스레 우울하다고 했지만.
공간에 배어있을 시간과 삶을 더듬어보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그러다가 그만둡니다.
나의 시간이 펼쳐져야 할 때라서요.
그래봤자 눈앞에 놓인 원고라는 숙제를 해결하는 것이지만요.
먹고살 문제 앞에서 어쩔 수 없네요.
시간을 헤아리고,
공간을 읽으려는,
잠깐의 여유조차 누리지 못하는 게 아쉬울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