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골목을 돌아다니다 보면,
뜻하지 않은 반가움에 발걸음을 멈추곤 합니다.
추운 날 이른 아침,
낯선 동네의 골목길을 가다가 돌담 사이에 있는 들꽃을 보았습니다.
어떻게 저 틈 사이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지,
어쩌면 이 추위에도 시들지 않고 버티고 있는지,
작은 들꽃은 바람을 막아주는 돌담 아래에서 세상을 바라봅니다.
아담한 동네를 바라보는 들꽃.
무심한 들꽃을 쳐다보는 나.
아침햇살이 이제야 곳곳에 비출 때,
처음 가본 골목은 마음을 달래줍니다.
왠지 몰라도 낯섦의 설렘은 금세 가라앉고,
차가운 바람이 안겨주는 고독이 반갑습니다.
고독을 두려워하고 피하려 했습니다.
고독이 무엇인지조차 모르면서.
단지 홀로 있는 고립이라고 착각하면서.
고독은 두려운 것이라 여기며 외면하려 했습니다.
고독이 거친 들판 한가운데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기 전까지는.
고독은 고립되지 않고서도 가질 수 있습니다.
침잠과 성찰,
새로운 세계와의 만남으로 이어지는 게 고독이죠.
들꽃도 고독의 존재입니다.
돌담 아래 틈새로 홀로 피어 있는 게 아니라,
골목과 골목길,
동네와 세상,
사람과 자연을 연결하며 고독의 순간을 보내고 있겠죠.
한순간 찬바람이 뺨을 때리고 갑니다.
발걸음을 옮길 때가 됐습니다.
주머니에 손을 넣지 않고 저만치 떠 있는 태양을 가리켜 봅니다.
고독한 존재의 의미를 커다랗게 보여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