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지 않은 발자국을 보며 헤아려 봅니다

by 글담

이른 아침 다시 골목길에 나섰습니다.

단지 골목길을 찾으려고요.

익숙하던 시공간을 떠나고 싶었나 봅니다.

떠돌이 팔자인지도 모르죠.

끊임없이 낯선 것을 찾아 떠나는.

그곳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도 하지 않으면서.

떨어질 듯 말 듯 담쟁이넝쿨의 마른 잎사귀는 위태로워 보입니다.

이미 메말라버렸는데 무슨 미련이 있는 것일까요?

자기가 그곳에 있었다는 존재감을 남기려고 하는 걸까요.

골목을 오가는 사람들의 지난 시간을 떠올리게 하려는 걸까요.

바람이 안부를 전하듯 잎사귀를 흔들고 갑니다.

낯선 골목길에서 무엇보다 반가운 건,

아마도 그곳에 새겨진 지난 시간이겠죠.

어떤 이가 무슨 삶을 살아왔을지,

남기지 않은 발자국을 보며 헤아려 봅니다.

이야기가 시작되는, 만들어지는 순간입니다.

골목길 끝자락에 이어진 시장은 벌써 생기가 돕니다.

한겨울 깊은 밤에서 깨어나 예전에도 그러했듯이 생의 기운을 뿜어냅니다.

겨울밤의 고요한 피로를 깨우면서.

오늘도 어제처럼,

오늘은 다른 날일 것처럼,

반복과 기대를 오가는 하루가 시작됩니다.

폐허와 복원,

과거와 현재,

이 모든 것을 동시에 본다는 것,

상상의 끈이 얼마나 길어질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