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포시 봄햇살이 카페 테이블 위에 드리울 때,
그제야 작디작은 꽃이 눈에 들어옵니다.
봄의 한낮이 이제 막 지나가려는 순간입니다.
햇살이 사라지고 쨍한 조명이 비추면 봄의 시간은 사라집니다.
나른한 시간이 천천히 흘러갑니다.
봄의 시간은 저마다 다르게 흘러가나 봅니다.
“오메, 인자 도톰해졌으니 곧 피겠네.”
길을 걸어가던 두 할머니는 곧 터질 듯한 목련 꽃망울을 보며 설렙니다.
아, 어쩌죠.
저만치 아파트 화단에는 목련이 벌써 활짝 폈는데.
햇살 가득한 곳의 목련은 이미 꽃망울을 터뜨리다 못해 타오르는데.
서로 달리 흐르는 봄의 시간에 정신을 못 차립니다.
봄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겨울이 바람을 몰고 와 심술을 부립니다.
그래봤자 금세 또 자리를 내주겠지요.
이곳과 저곳이 다른 봄이라서 그럴까요.
느긋하게 봄을 맞을 수가 없습니다.
늘 보던 목련과 매화가 서서히 기지개를 펴는 모습을 보지 못했습니다.
어느새 온몸으로 봄을 받아들이고 난 뒤에야 뒤늦게 탄식을 합니다.
앞이 보이지 않는 아주머니는 지팡이로 길을 더듬지만,
왠지 봄햇살이 길을 안내해주는 듯합니다.
비록 지팡이로 앞에 놓인 길을 살피지만,
누구보다 더 똑바로 곧게 길을 나아갑니다.
봄햇살의 기운이 목적지로 안내할지도 모릅니다.
넓디넓은 대로를 가로질러 가는 걸음은 느릴지는 몰라도 거침없습니다.
보이는 눈과 보이지 않는 눈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봄의 한낮이 지나가고 기어이 어둠이 내립니다.
바람에 실려 올 아카시아 향을 기대하지만,
이곳은 아직 봄이 아닌가 봅니다.
공간과 시간은 상대적이라죠.
봄의 한가운데에서 그걸 깨닫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