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이라고 부르기에는 서늘한 날입니다.
잠깐 바람에 온기가 실린 듯하더니 다시 옷깃을 여미게 하는군요.
꽃잎이 난분분히 흩날릴 때,
생각도 난분분해집니다.
봄의 설렘보다 봄을 마냥 기다려야 하는 조급함부터 달래야 할 듯합니다.
이리저리 카페를 찾는 것은 온기가 그립기 때문입니다.
바람과 비를 피해 들어선 카페는 조용합니다.
이런 날씨에 바깥 나들이를 할 사람은 드물죠.
어느 카페를 가더라도 비바람이 부는 날씨일수록 손님이 없다고 합니다.
이런 날씨라서 카페를 찾는 나의 취향은 좀 별난가 봅니다.
카페 안은 예상한 대로 조용합니다.
창틀 옆에 오랫동안 놓여 있었을 와인병에 꽂힌 하얀 솜뭉치 같은 꽃.
그날따라 바깥 세상의 비바람을 잊게 만듭니다.
매혹적인 곡선의 와인병을 뭔가 홀린 듯 바라봅니다.
그러다가 손님이 들어오는 소리에 정신을 차립니다.
일을 하든지 책을 읽든지 뭔가 해야 할 것 같네요.
원고와 책을 두고서 잠시 고민합니다.
일하기 싫어서 보는 책이라면 덮어야겠죠.
책에 대한 예의가 아니니까요.
책을 읽고 싶어 일을 물리면 이 또한 삶에 대한 예의가 아니겠죠.
그러니 사소하게 보여도 고민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럴 때는 사람을 읽어야 합니다.
흩날리는 꽃잎만큼이나 난분분한 생각을 부여잡아야 할 텐데 말이죠.
일도 책도 눈에 들어오지 않아 시간을 허비할 바에는.
책을 잘 안 읽는다는 선배가 있습니다.
그 선배는 공부에 필요한 책은 보더라도 그 밖의 책은 잘 보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사람과 세상을 읽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되려 사람에 대한 애정과 통찰을 보여줍니다.
천재라서 그런 게 아닙니다.
그분은 사람과 세상 속에서 늘 함께 부대끼며 삶을 읽습니다.
그분의 애정과 통찰은 세상을 독서하며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선배를 보면서 독서에 대해 다시 생각합니다.
하나는 책을 읽는 것이고,
또 하나는 사람을 읽는 것이죠.
지식을 위한 독서보다 세상을 알려고,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세상을 읽고 소외받는 이들과 함께하려는 삶의 독서.
어쭙잖은 지식과 정보로 세치 혀를 놀리는 이들을 무안하게 만드는 힘.
오늘도 책을 펼치며 그 선배가 생각납니다.
나는 말하기 위해 읽는지,
아니면 생각하고 움직이기 위해 읽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