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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담 Sep 25. 2024

들리지 않는 목소리, 이어지는 애틋함

등불은 그 자체로 밝습니다.

어느덧 밤이 길어지면서 실내는 등불 하나의 고요함으로 가득 찼습니다.

고요한 밤으로 넘어가려는 시간에서 아련한 기분을 느끼는 건 왜일까요?

늦게 찾아온 가을을 이제야 받아들이는 걸까요.

얼마 전 기차에서 본 엄마와 아들이 떠오릅니다.

마치 그때의 아련함이 지금 밀려오는 듯하네요.


나이 지긋한 엄마와 청년에서 중년으로 넘어갈 즈음으로 보이는 아들.

두 사람은 기차에서 복도를 중간에 두고 떨어져 앉아 이야기를 나눕니다.

기차 출발 전에 자기 자리를 찾으러 사람들이 지나갈 때마다 대화는 끊깁니다.

붙어 있는 좌석을 구하지 못했나 보다 하고 관심을 거두려 하는데,

출발시간이 되자 갑자기 두 사람이 바빠집니다.


엄마와 아들은 얼마 남지 않은 기차 출발 시간에 마음이 다급해지나 봅니다.

시간에 쫓긴 나머지 급히 손을 맞잡고 작별 인사를 합니다.

일어서서 포옹을 하고,

떠나려는 아들과 남게 된 엄마는 소곤거리며 정을 나눕니다.

아들은 기차에서 내렸지만,

마음은 아직 내리지 못했나 봅니다.

창밖에서 손을 흔듭니다.

들리지 않는 목소리,

이어지는 애틋함.

먼곳에 남게 된 아들이 걱정됐는지 엄마는 급히 따라 내립니다.

이제 곧 기차는 출발할 텐데.


낮이 짧아졌습니다.

얼마 전 똑같은 시간에 기차를 탔을 때와는 다릅니다.

기차 창문에는 낮이 물러나기를 완강히 거부하듯 눈부신 노을이 비칩니다.

꾸벅꾸벅 졸까,

끄덕끄덕 책을 읽을까.

계절이 바뀌는 시간을 무심히 흘려 보내려 궁리를 합니다.

그새 기차는 출발하고요.


터널을 지나니 금세 칠흑같은 어둠이 깔리고,

점점이 이어지는 불빛 따라 시선을 돌립니다.

뚝뚝 끊어지는 불빛을 좇다가 초승달을 바라봅니다.

기차를 따라 줄곧 저 위에서 밤하늘임을 알려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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