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성큼 다가온 줄 알았는데,
늦더위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하늘만 바라봅니다.
가을은 대체 어디쯤 왔을까, 하고 두리번거리지만 떨어진 낙엽마저도 믿을 수 없습니다.
가을이 와서 떨어진 것인지,
작열하는 태양에 타버려 스스로 떨어진 건지 알 수 없습니다.
이쯤 되면 9월의 가을에는 어떤 이름을 붙여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늦여름인지 초가을인지 모를 이 시기에 어떤 이름을 붙여야 할까요?
책을 읽는 계절이라고나 할까요.
어차피 가을에만 책을 읽는 것은 아니니까요.
단지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는 길목에서 무엇 하나 붙잡고 있어야 할 듯해서요.
아리송한 계절에 이름을 붙이는 것처럼 어려운 게 책 고르기입니다.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갑자기 막막할 때가 있습니다.
읽고 싶다는, 내 마음을 건드린다는 기준이 참 애매하기 때문이죠.
재미? 호기심? 앎에 대한 갈망?
세상에는 참 많은 사람이 있고,
또 수없이 책이 쏟아집니다.
내가 읽을 책도 고르기가 힘겹습니다.
그러니 책을 골라달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곤혹스러울 수밖에요.
그저 본인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건드리는 책을 고르라고 할 뿐이죠.
마음을 건드리는 책을 고르라고 해놓고도 뭔가 아쉽습니다.
말했듯이 마음을 건드린다는 의미가 여럿이라서요.
가끔은 책을 사놓고도 주저합니다.
마치 뙤약볕이 드리운 공간 너머의 달궈진 의자와 테이블로 가는 기분이 들 때가 있습니다.
읽고 싶어서가 아니라,
읽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책 안에 담긴 고통을 온전히 공감하지 못하더라도 알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 고통을 제대로 알고 있어야 조금이나마 공감의 턱을 넘을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러고 보니 이래저래 읽어야 하지만 선뜻 손을 내밀지 못하는 책이 쌓였네요.
그렇다고 해서 읽고 있는 책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미룬 숙제가 켜켜이 쌓이고 있으니 가슴 한구석이 답답하네요.
뜨거운 저 테라스를 건너 의자에 앉아 테이블에 책을 펼쳐야 할 텐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