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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 보는 불빛을 고집해서야 될까요?

by 글담

“오늘 커피 맛은 어때요?”

“음, 물 맛이… 아니 지난 번에 사장님이 말한 것처럼 밝은 커피네요.”

“작가님, 커피 이리 줘보세요.”

카페 사장은 비염과 몸살 때문에 커피 맛을 못 느낀다면서 커피에 대해 물었습니다.

지난 번에 내 취향이 아니라고 했던 맛이 나서 밝은 커피라고 했네요.

그러자 사장은 커피를 달랍니다.


“이건 어때요?”

“오, 늘 먹던 이 카페의 커피!”

다른 원두로 바꿔서 커피를 다시 내려 주네요.

사소하지만,

왠지 미안하면서도 고맙습니다.

추운지 따뜻한지 모를 이상한 겨울의 한복판에서 정을 느낍니다.


커피 맛에 취해 있을 때,

선배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속이 상하다고,

관둬야겠다고,

함께하는 게 힘들다고 말이죠.


통화를 마치고 조명의 불빛을 바라봅니다.

불빛은 사실 아래로만 비추는 게 아니었습니다.

위로도 빛을 뿜어내고 있었습니다.

또 다른 불빛을 찾지 못하고,

오로지 자기가 보는 불빛만 고집하는 사람 때문에 힘듭니다.

양쪽의 불빛이 공간을 밝게 하는데.


갈등은 맥락부터 알아야 합니다.

도대체 왜?

어째서?

이런 질문을 품고 일단 이해부터 해야하지 않을까요.

물론 이해와 인정은 다릅니다.

그래도 이해를 해야 극단적인 대립으로까지 가지는 않을 듯합니다.


아직은 맥락을 이해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마음속에서 울컥 자존심이라는 놈이 튀어나오려 하니까요.

입을 다물고,

귀를 열어놓은 채 마음을 헤아려 보려 합니다.

어렵더라도 사람을 버릴 수는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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