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은 파란색 바다는 옅은 하늘빛과 맞닿아 있습니다.
구름 한 점 둥둥 떠 있고요.
빗방울이 톡톡 떨어지는 어느 봄날,
20년 동안 바다를 한 번밖에 보지 못했다는 그를 위해 나선 길입니다.
존재하나 존재하지 않는 이로 살았던 이의 짧은 여행입니다.
바다는 그 누구도 가리지 않습니다.
찾아오는 이를 파란 하늘과 구름과 함께 맞아줍니다.
그 넉넉한 품이 평온함을 가져다줬나 봅니다.
그는 한적한 바닷가에 도착하자,
신발과 양말을 벗고 바다에 뛰어듭니다.
그는 모처럼 함박웃음을 보이며 자유로운 시간을 보냅니다.
그가 애타게 찾던 자유를 이 소박한 시간에 담아.
저 구름처럼 바다 위를 떠돌며 세상을 관조하고 싶은.
그는 별이 아니라 해도 스스로 빛나는 존재입니다.
우리 모두처럼.
이제 그는 고향을 가기 위해 잠시 숨을 고르고 있습니다.
그동안 그가 살아온 삶의 흔적은 어디에 남겨져 있을까요.
먹고 살기 위해 힘든 삶을 선택한 것은 자신이었습니다.
존재하나 존재하지 않는 삶의 고통은 오롯이 그의 몫입니다.
그저 옆에서 함께 웃는 것으로 혼자라는 생각을 지우기만 바랄 뿐이죠.
어느덧 비는 그쳤습니다.
역시 세차를 한 보람이 있네요.
세차만 하면 비가 오는.
한순간에 차는 빗물 자국으로 얼룩져 있습니다.
그 자국은 그와 함께한 시간의 흔적이겠죠.
존재하지 않는 게 아니라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을 일깨우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