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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함으로써 관계를 맺고, 관계를 맺음으로써 존재한다

by 글담

오랜만에 멀리 나가 산책에 나섰습니다.

동네 주변을 빨리 걷는 산책은 좀 애매하죠.

혼자 걸으면서도 사유의 나들이라기보다 운동에 가깝습니다.

땀이 날 정도로 빨리 걸으니까요.

사실 운동하려고 나선 길이죠.


먼 곳까지 가서 나선 산책길은 강변이었습니다.

여러 명이 수다꽃을 피우며 걷자면서 모인 것이죠.

길 위에서,

길바닥에서 수다꽃을 피우다 보면,

세상 모든 이야기의 꽃망울이 터뜨려지는 듯합니다.


강변을 걷다가 습지로 들어가는 길이 있어 그쪽으로 샙니다.

뜻밖에도 작은 숲이 이어져 있네요.

나무만 보지 말고 숲을 보라는 말이 있지만,

줄곧 나무만 보며 이야기를 나눕니다.

나무만 보지 말라고 했지, 나무를 보지 말라고는 안 하잖아요.


나무라는 개별 존재가 모여 숲을 이루는 게 좋습니다.

그래야 숲 전체를 볼 수 있을 테니까요.

나무와 나무가 모여 숲을 만들어 삶의 터전을 가져다줍니다.

홀로 설 수 있다는 것,

그러면서 함께 존재한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 산책입니다.


산책을 통해 혼자서 사유를 하거나,

혹은 함께하며 사색을 나눌 수 있으면 좋겠죠.

가끔 사람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먼 거리를 걷곤 합니다.

사소한 일상에서부터 삶의 의미까지 나누면서.

수다라고 해도 좋을 이야기마저도.


수다가 곧 인문의 사색을 나누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사는 이야기가 존재의 의미를 일깨우고,

세상을 바라보는 제각각의 시선을 나누기도 하니까요.

수다를 떨면서,

함박웃음을 지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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