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뜨겁습니다.
그토록 갈망하던 햇살이 어느덧 성가신 게 돼버렸습니다.
껴입은 옷도 하나씩 벗습니다.
짊어진 마음도 함께 벗어버립니다.
또다시 빈자리를 채울 줄을 알면서도.
강둑길 벤치는 비어 있습니다.
덩그러니 놓인 벤치와 홀로 서 있는 나무는 외롭기만 합니다.
혼자 앉는 벤치는 쓸쓸하겠죠.
서로 다른 둘이 앉아야 수다를 떨며 여백을 채울 수 있습니다.
저 멀리 홀로 서 있는 나무의 외로움을 달래주며.
여럿이 함께한 산책길.
서로가 달라도 이렇게 다를 수가 있나 싶습니다.
고향도,
나라도,
성별도,
성격도,
언어도,
무엇 하나 비슷한 구석을 찾는 게 어렵습니다.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니 사실 즐겁습니다.
우리의 차이야말로 가장 가치 있는 게 아닐까요.
서로 달라서 서로에 대한 관심이 생기고,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가졌기에 손을 맞잡을 수 있습니다.
혐오와 편견이 끼어들 틈이 없습니다.
이 차이가 곧 자산이라는 것을 잊어버리고 사는 사회.
민주주의가 죽어버린 사회입니다.
차이를 조롱하며 갈라치기를 하는 참담한 모습에 절망합니다.
그러다가 옆을 보니 나와 다른 사람이 웃고 있습니다.
아직은 고개를 떨굴 때가 아닌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