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너머 둥근 디아크가 보입니다.
돛과 물결을 의미하는 건축물이라고 하네요.
제 눈에는 방주로도 보입니다.
혹은 물방울인가 해서 찬찬히 봅니다.
사방이 확 트인 곳에 덩그러니 놓인 저 공간은 고요합니다.
멀리서 보는 고요함.
아마도 그곳은 이미 주말의 북적임으로 시끌시끌할 텐데.
풍경을 보며 읽던 책과 쓰던 글이 생각나 잠시 멈춰 섰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지금 읽는 책에서 느끼는 울적함을 떠올립니다.
물론 울적함이 전부는 아닙니다.
적요한 공간에서 낮게 내뱉는 감탄사도 함께하죠.
작가의 삶과 글의 아름다움 사이에서 어찌할 줄 모르겠습니다.
어떤 책은 밑줄을 긋거나 포스트잇을 붙이지 않습니다.
모든 글자가,
모든 내용이,
차마 손을 대기가 부끄러워서 물끄러미 쳐다봅니다.
단어와 문장이 가슴을 울리기 때문에요.
초여름날,
빛과 초록 나뭇잎을 보며 어찌 묘사할지 궁리하던 중이었습니다.
그 묘사를 책에서 보게 되었죠.
부끄러움과 자괴감이 들면서도 설렙니다.
이제 숙제를 풀었으니까요.
비록 답안지를 보며 풀었지만,
응용을 잘해야겠지요.
작가는 말합니다.
“글을 어떻게 쓰는 건지도 알겠다.
그건 백지 위에 의미의 수사를 채우는 일이 아니라 오선지 위에 마침표처럼 정확하게 음표를 찍는 일이다.
마음의 사건-그건 문장과 악보의 만남이기도 하다.”
오늘,
나는 글을 쓰면서 음표를 찍고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