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가 쓰러지겠어요.
소나기라도 내려야 할 텐데.”
시원한 카페 안으로 들어섰는데,
주인장이 이맛살을 구기고 있습니다.
그제야 숨통이 트인 나로서는 연신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요.
시원한 카페 안에서도 시들어가는 장미가 안쓰럽기만 합니다.
이건 더위와 상관없으려나요.
물을 안 줘서 그런가.
골목은 열기로 가득 차고,
바람이 불어도 마치 사막의 열풍이 이런 게 아닐까 싶습니다.
고개 들어 쨍한 하늘을 바라봅니다.
하늘이 맑아도 시원스럽지가 않습니다.
햇살은 그저 뜨거운 햇볕일 뿐,
타들어 가는 꽃들이 안쓰러울 따름입니다.
좀처럼 집중하기가 힘듭니다.
글 품팔이 인생이 지겹기만 한 한여름의 일상입니다.
카페 밖 화분의 나무가 바람에 흔들려도 심드렁합니다.
뜨거운 바람을 온몸으로 안는 기분이 좋을 리가 없을 테니까요.
마음 한구석에서 스멀스멀 불안이 올라옵니다.
뜨거운 여름의 고통 때문은 아닌 듯한데,
마음은 무겁기만 합니다.
마음이 무거운 것은 눈앞의 일이 밀려 있어서가 아닙니다.
아직도 뭔가를 잃지 않으려고 하는 미련 때문일 수도 있고,
아직도 남아 있는 욕망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마음이 너무 무거운 건 이미 지나가서 무게도 없는 것들에 대한 미련 때문이었다.
너무 가벼운 것 또한 아직 오지 않아서 무게 없는 것들에 대한 욕망 때문이었다.
모두가 마음이 제 무게를 잃어서였다.”
누군가 말했듯이 내 마음이 제 무게를 잃어 휘청이는 중일지도.
이제 해가 조금은 짧아진 듯합니다.
햇살이 묽어집니다.
열기는 그대로이지만.
작은 언덕을 올라갈까요.
그곳에서 마음의 무게추를 잡아 볼까요.
송글송글 맺힌 아이들의 땀이 청량한 한여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