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나선 길인데,
벌써 바깥은 환합니다.
환할 뿐만 아니라 뙤약볕이 곳곳에 열기를 더합니다.
멀리 가는 길,
잠깐 역에서 기다리면서 여름을 지친 눈으로 바라봅니다.
철길과 철길 사이.
여름이 대지를 메마르게 하다못해 모두 태워버린 듯합니다.
싱그런 풀밭도 왠지 생기를 잃은 듯합니다.
더위에 지친 나머지 대지에 드러누워 버렸습니다.
기차는 아직 오지 않고,
햇볕은 벌써 다가와 모든 것을 뜨겁게 달굽니다.
기차를 기다리는 동안,
문득 전날 읽은 시구가 생각납니다.
“기차를 세우는 힘, 그 힘으로 기차는 달린다”
이 구절 뒤로 이어지는 시구도 역설을 말합니다.
멈추는 힘이 나아갈 힘이고,
되지 않은 자유의 힘으로 내가 될 수 있다는.
시인은 말합니다.
‘정지에 이르렀을 때’ 달리는 이유를 안다고 말이죠.
또한 ‘씨앗처럼 정지’할 때 그 멈춤의 힘으로 꽃이 핀다고요.
이 정지의 힘이 단지 쉼을 말하는 것은 아닌 듯합니다.
어쩌면 욕망의 절제와 삶의 박자를 말하는 것일 수도 있겠죠.
멈췄다고 해서 뭔가 뒤처진다는 것은 아닐 테죠.
누군가 그러더군요.
우리는 신자유주의 존재가 되어버렸다고요.
신자유주의 존재가 됐다는 것은 멈춤이 없는 질주의 인생을 말합니다.
멈춘다는 것은 곧 실존의 상실을 뜻하는 것이죠.
신자유주의 실존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칩니다.
멈춤이 곧 삶의 힘이라는 것을 깨달으면서.
천천히 걸어가는 산책이 사유를 하게 만들죠.
빨리 내달리는 달리기로는 사유의 틈을 만들 수 없습니다.
오늘은 좀 멈춰야겠습니다.
이미 머릿속은 멈춘 듯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