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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벅꾸벅 졸면서 하는 독서는 어떤가요

by 글담

“이런 날은 일찍 문 닫고 치과를 다녀오는 건데요.”

“다녀와요. 문 닫아 놓으면 되지.”

“음, 그럴까요? 그러면 문은 열어 놓을 테니 그냥 병원 갔다고만 해주세요.”

주인장이 떠난 카페는 조용합니다.

그가 돌아올 때까지 손님은 단골 한 분밖에 없었거든요.


비가 오다 말다 합니다.

어두운,

어둡지 않은 실내와 바깥.

조명은 바깥의 빛을 가리는 걸까요.

아니면 빛에 빛을 더하는 걸까요.

혼자 있으니 이런저런 망상을 즐깁니다.


일하고 난 뒤에 책을 꺼냈다가 잠시 머뭇머뭇합니다.

어제 읽었던 게 뭐였더라 하면서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고요.

어째 갈수록 기억력은 나빠지는 듯합니다.

그보다 더 우울한 건,

책의 내용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보다,

책의 내용을 음미하지 못한다는 것이겠죠.


책의 구절을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책에 묻고자 하는 게 뭔지가 중요했습니다.

어차피 머리가 좋지 않아 기억은 잘하지 못하니까요.

기계적으로 책을 읽을 이유는 없죠.

묻고 답하는 과정이 독서라고 생각하는데,

사유하고 돌아보는 게 안다는 것이라고 여겼는데,

요즘은 그렇지 못한 듯합니다.


어떤 작가는 안다는 느낌을 꼬집어 이야기하더군요.

“안다는 느낌은 극소수만 아는 지식을 소유하라고 우리를 꼬드기고,

공격적으로 지식을 축적하라고,

방심한 무식쟁이들에게 말로 한 방 먹일 때 사용할 가공할 화약고를 채워 넣으라고 우리를 부추긴다.”

뜨끔합니다.

한때 안다는, 알려고 한다는 이유와 목적이었으니까요.


느슨한 독서를 하려고 합니다.

천천히,

깊이 있게,

꾸벅꾸벅 졸면서 하는 독서가 때로는 필요하지 않을까요.

날을 벼리는 독서만큼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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