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하십니다.”
이 뜨거운 여름에도 뜨거운 커피를 시키니,
주인장은 엄지를 척 내밉니다.
정상이 아니라는 의미의 손짓일까요.
천천히 마시는 커피가 좋았을 뿐인데.
식어가는 온도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커피.
미묘한 차이를 즐기는 것도 취향일 텐데.
후루룩 숭늉 마시듯 들이키는 게 싫을 뿐인데.
오늘도 커피는 당연히 뜨거운 걸로 주문했습니다.
덥다고 연신 손으로 부채질하면서.
다 마신 커피잔을 주인장에게 내밉니다.
뜨거운 말을 달라고.
더워서 차가워진 몸을 데우려고 말이죠.
이 물마저 식으면 몸은 다시 뜨거워질 테죠.
바람은 상관없습니다.
뜨거운 햇살과 공기,
그 무엇 하나 뜨겁지 않은 게 없는 바닷가.
파도가,
아니 빛이 눈앞에서 부서집니다.
흩어진 빛을 모아야 한다고,
파도는 오고 또 오니까 한 줌씩 모아야 한다고 눈을 떼지 않습니다.
바다를 보며 뛰어들까요.
아니면 찾지 못할 그늘을 찾으려 두리번거릴까요.
무심히 바라보는 여름입니다.
‘산산이 부서지는’이라는 표현을 대신할 문장을 고민하면서요.
의식은 구부러진 골목길처럼 흘러갑니다.
펜스 철망을 따라 줄기를 뻗어가며 너덜너덜 매달린 분꽃.
여름은 질기에 이어갑니다.
뜨거운 커피,
뜨거운 물,
부서져 빛으로 덮치는 파도.
여름의 끝자락에 서서 마음을 식힙니다.
어째, 그렇게 될지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