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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여름과 어울리는

by 글담

열기를 머금은 공기는 여전히 무겁습니다.

바람은 부는데,

약 올리는 건지 몰라도 몸은 더 뜨거워집니다.

쉴 수 있는 시간 동안,

쉴 수 없었던 시간이 이어지는 바람에 몸과 마음은 만신창이입니다.


책을 깜빡 잊고 가지고 나오지 않았군요.

멈춰버린 머리를 다시 굴리려고 책을 찾았는데,

가방 안에는 일할 것만 잔뜩 있습니다.

그나마 만년필과 노트는 갖고 왔군요.

어질러진 마음을 풀어 놓아야겠습니다.


잠시 빗방울이 떨어질 때,

비 맞을 용기는 없어 카페 입구에서 서성입니다.

블루아이스는 더운 몸을 식히고 있습니다.

얼음의 결정을 닮아서인지 몰라도 이름이 제법 어울리는군요.

기적과 희망을 뜻한다는데,

어떤 계절에도 늘 초록을 유지하는 게 기적이자 희망이겠죠.


늘 같은 색깔과 같은 마음을 유지하기란 참 힘들죠.

평정심을 가지고 삶을 가꿔 나가고,

또 사람을 대한다는 게 쉽지 않습니다.

초록은 언제든지 갈색으로 메말라 버리죠.

물을 주고,

햇볕을 쬐게 해줘야 하는데,

음침한 그늘에서 메말라가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카페 바깥에는 학생들이 재잘거리며 지나갑니다.

오늘 일과를 마친 후의 후련함 때문일까요?

이제 다시 학원도 가야 하는 새로운 일과를 열기 전에 잠시 속을 푸는 것일까요.

웃음소리와 수다는 그 자체로 청춘입니다.

찬란한 여름과 어울리는.


기적과 희망까지는 바라지 않아도,

블루아이스의 늘 변치 않는 모습은 닮고 싶습니다.

참 어려운 일이지만,

초록을 지켜가며,

생기를 뿜어내며,

바라보는 이를 편안하게 해주는 사람과 글.

아마도 내가 꿈꾸는 기적과 희망일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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