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미소를 담은 들꽃

by 글담

길 가다 잠시 멈추게 하는 것이 있습니다.

골목길 안쪽 길바닥 틈새에 핀 들꽃.

사실 질긴 생명력보다 꽃 색깔이 예뻐 가만히 들여다봤습니다.

층으로 겹친 듯한 진한 색깔.

분홍이라고 딱 잘라 부르기에는 뭔가 아쉽습니다.


노란색을 품고 분홍으로 둘러싼 꽃.

이름을 몰라 ‘꽃’이라는 이름이 더욱 잘 어울리는.

이름을 불러줘야 존재를 깨달을 텐데,

들꽃으로 그냥 불러버리는 무지 앞에서 그 존재는 어떻게 되는 걸까요?

그렇다고 해서 이름을 알려고 굳이 검색하지 않습니다.

눈앞에 있는 존재가 주는 아우라를 느끼면 될 테니까.


가끔 이 들꽃과 같은 사람을 그려 봅니다.

조용히 있지만,

층으로 겹친 향을 풍기는 사람.

삶의 연륜이라기보다 고요히 내면을 닦은 사람.

그의 이름을 몰라도 존재감을 확 느끼게 하는 사람.


이런 사람은 철이 들었다는 표현보다 적요의 삶을 산다는 게 어울립니다.

다른 듯하지만 늘 같은 색깔을 보여주는 자아.

정체성이 뚜렷하지만,

고집으로 비치지 않는.

수용성을 갖추되,

자기 색깔을 잃지 않는 사람이죠.

쉽게 쓰러지지 않고,

고요한 미소를 담을 줄 아는 사람.


비가 잠시 내렸다가 그쳤습니다.

햇빛이 다시 잎사귀를 비추자,

나뭇잎은 투명한 연둣빛이 되어 하늘을 가려줍니다.

나뭇잎도 층으로 겹친 색을 가졌습니다.

묵묵히 여름을 견디며 메마른 갈색으로 바뀌겠죠.

그래도 나뭇잎은 나뭇잎입니다.

그늘을 만들어주는.


좀처럼 마음을 잡지 못해 딴짓하려는 지금,

꽃과 사람과 나뭇잎을 떠올리며 조용히 글을 씁니다.

마치 자기만의 의식을 치르듯,

마음의 평정을 갈구하듯이.

아, 졸음이 쏟아지는군요.

커피를 마셔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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