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떨어지는 시간

by 글담

저만치 있던 가을이었는데,

어느새 곁에 다가오더니 금세 저 멀리 떠나갑니다.

잠시 머문 시간,

물 위에 꽃잎 하나 떨어뜨려 놓고 이별을 고하네요.

좀 더 머물러주지도 않고.


낙화의 시간.

나뭇잎만 떨어지는 게 아니라 꽃도 떨어집니다.

나뒹구는 낙엽뿐만 아니죠.

물 위에 고요히 내려앉는 낙화도 계절의 인사를 건넵니다.

가라앉지 않고 흘러가는 시간을 알려줍니다.


차분해지는 걸음과 넉넉해진 시선.

진짜와 가짜가 엇갈리는 세상에서 떨어진 꽃잎과 하늘을 바라봅니다.

진위를 따지는 일과는 아무 상관 없다는 듯,

눈앞의 풍경은 그저 펼쳐져 있습니다.

마음껏 보고 생각을 지우라고.


밤중 산책은 천리향 덕분에 아주 달콤합니다.

바람을 타고 움직이는 곳마다 달짝지근한 향이 함께하거든요.

뭔가 생각하다가도 향에 취해 자꾸만 달과 별과 구름을 봅니다.

그곳에는 진짜가 있군요.

머릿속을 어지러이 하는 가짜의 세상에서 만나는 진짜.


바람은 제법 불지만,

사고는 냉철해집니다.

향기는 매우 강하지만,

시선은 따뜻해집니다.

내가 바라보고 생각해야 할 게 무엇인지 자꾸 일깨워주거든요.


꽃잎이 떨어질 때,

마음은 깊은 산속의 작은 호수가 됩니다.

문득 평정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봐야겠다고 되뇝니다.

서두르는 걸음을 늦추고,

처박힌 시선을 들어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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