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변의 시간은 휘몰아치는 바람과 함께 찾아왔습니다.
그나마 바람이 잦아든 날,
온갖 식물과 나무, 꽃이 어우러져 있는 곳을 찾았습니다.
이곳에도 가을은 찾아왔고,
시간은 흘러갑니다.
이상하리만치 현실감이 없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가을,
바람,
날씨,
동행.
이 모든 것이 사라지고 눈앞에 있는 나무와 식물과 꽃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그래야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한다는 듯이.
지독히도 헛헛한 순간.
이름을 불러도 뒤돌아서자마자 잊어버리는 나 자신이 한심해지는.
따스한 가을 햇살도 낮게 깔린 구름에 가려 으슬으슬합니다.
고요하게 잎을 틔운 작은 나무 앞에 서서 서로 떠는 모습을 봅니다.
팻말에 이름도 없어 뭐라 부를지도 몰라 그저 보기만 합니다.
괜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관찰.
가끔은 글감을,
또는 사진의 소재를 찾으면서도 의미를 찾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면 글감과 사진 소재를 놓치기도 하죠.
찰나의 순간에 지나쳐버리거나 바뀌기 때문이죠.
그저 바라만 보고,
단지 듣기만 하다가 나중에 의미를 곱씹을 때가 있습니다.
그때야 비로소 사유의 시간을 가지기도 하죠.
요즘은 생각 없이 지나쳐버리는 것에 대한 중독이 심한 시대입니다.
흘려버리는 것에 대한 사유도 드물죠.
사유를 해야 내가 된다는 것.
생각을 해야 우리를 돌아볼 수 있다는 것.
책을 통한 지식의 획득보다 때로는 더 중요한 생각의 시간.
흔들림 없는 잎을 바라보며 다시 한번 되새겨봅니다.
오늘 같은 날,
그러니까 왠지 모르게 가라앉는 날.
카페에 앉아 밖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야겠습니다.
어디로 갈지,
어떻게 갈지를 떠올리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