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길에서 멈춰 두리번거립니다.
약속 시간은 한참이나 남았고,
들고 온 짐이 귀찮고 무거워 쉬고 싶어서요.
게다가 짬이 나는 대로 읽으려던 책도 있었거든요.
귀찮더라도 가는 길에서 잠시 벗어납니다.
카페는 조용하고,
사람도 조용합니다.
요란해야 할 커피머신도 잠시 졸고 있습니다.
책 읽기에 딱 좋은 소음과 노래가 들릴 뿐이에요.
좀 더 걸어도 잠시 쉬어가는 시간이 있으니 괜찮겠죠.
“왜 이렇게 피곤한지 모르겠어. 피로가 안 풀리네.”
“검사나 진료 한 번 받아보는 게 어떨지요.”
늘 피곤하다고 축 처진 선배의 하소연입니다.
내가 할 수 있는 말이라곤 병원에 가보거나 영양제 추천이죠.
병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딱히 쉬라는 말밖에는 할 수 없었습니다.
늘 앞을 보고 올곧게 걸어가는 선배입니다.
물욕이나 명예욕도 없이 그저 자기 길을 가죠.
너무 걷기만 했나 봅니다.
그것도 잰걸음으로.
혹시나 함께하는 이들의 꿈이 이뤄지지 않을까 봐 서둘렀는지도.
잠시 쉬거나 길을 돌아 산책이라도 했으면 좋겠습니다.
인생에서 산책은 무엇일까요?
잠시 쉬는 것일 수도 있고,
걸음걸이를 바꾸거나 속도를 줄이는 것일 수도 있죠.
그게 돌아가는 것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돌아가는 길을 찾는 게 현실을 피하는 것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올곧게 가는 걸음걸이이지만,
길 자체는 구불구불할 수 있으니까요.
그러니 돌아가는 것은 사실 길을 그냥 가는 것일 테죠.
때로 돌아가는 게 귀찮을 수도 있지만,
잠시 벗어나거나 주저앉아 먼 하늘을 보면 기운을 차리지 않을까요.
오늘은 구름이 틈새를 벌려 햇살을 보여주는군요.
카페 안쪽 주방까지 빛은 들어와 고요함을 진하게 만들어줍니다.
문을 열어 놓아 시원한 바람이 살갗에 닿고요.
돌아가길 잘했다 싶습니다.
커피 한 잔에 잠도 쫓아냈으니 이제 다시 걸어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