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바라만 보는 시간이 필요한 때

by 글담

적요한 골목길.

카페 앞은 지나다니는 사람조차 없어 한적합니다.

카페 안도 다를 게 없고요.

혼자 카페를 차지하고 앉았습니다.

주인장이 틀어준 조용한 음악을 들으면서.


한갓진 카페의 주말 오후.

더군다나 비가 오는 일요일은 사색을 즐기기에 모자람이 없습니다.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책장을 넘기기에 좋은 날이죠.

뭔가를 해야 한다는 작은 불안과 잠깐의 한가로움이 엇갈리는 날.

마음은 좀처럼 한쪽으로 쏠리지 않습니다.


목걸이 가죽끈이 끊어졌습니다.

가죽 공예도 함께하는 카페 주인장에게 하나 구매하겠다니,

굳이 비싼 돈 들이지 말라면서 툭 던져줍니다.

돈을 아꼈다는 생각보다 작은 배려가 고마울 따름입니다.

새로운 가죽끈에 체게바라의 초상을 담은 작은 동판을 묶어 답니다.


체게바라의 얼굴과 “승리할 때까지 영원히”라는 라틴어가 새겨진 목걸이.

참 오랫동안 지닌 액세서리입니다.

처음,

이 목걸이를 가졌을 때는 무엇을 바라고 있었을까요?

한때 아이콘으로서의 체게바라가 논란이 된 적이 있죠.

더는 혁명의 아이콘이 아니라 쇼핑의 아이콘이 됐다고 말이죠.


나도 어떤마음으로 목걸이를 구했을까요?

단지 그가 했던 말이라는,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마음속에는 불가능한 꿈을 꾸자”를 금언처럼 여기고 있었기 때문인지 모르겠습니다.

혁명의 은유이든

삶의 아포리즘이든

저 말에 꽂혀 살았거든요.


목걸이의 비장함과 달리 평온해 보이는 카페.

잠시 금언과 격정적인 삶을 내려놓으라는 듯 걸린 모자와 바구니.

둘 중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 것은 아닌 듯합니다.

둘 사이를 오가며 내 길을 관조하는 시간이 필요할 뿐이죠.

오늘은 그저 바라만 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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