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가을을 걸었습니다.
해가 사위고,
바람은 낙엽을 이리저리 흩어 놓습니다.
비가 그치고 찬바람이 부는군요.
이제 겨울이 오려나요.
몸 하나 데우려고 카페에 들어갑니다.
아직 한 번도 듣지 못했던 LP 음반에 온기가 묻어 납니다.
착각이겠지요.
아직 햇빛은 이울지 않고 골목을 비춥니다.
몸을 데우고 마음을 따스하게 하라고요.
오랫동안 끙끙 앓았던 원고를 놓아줄 때가 된 듯합니다.
볼수록 고치고 다듬어야 할 게 많아서 덮었습니다.
퇴고가 초고 쓸 때보다 더 공을 들여야 하죠.
너무 공을 들이다 보면,
누더기가 될 수도 있겠지만.
무슨 일이든 멈춤의 때를 아는 게 쉽지 않습니다.
욕심 때문일지,
미련 때문일지 몰라도 자꾸만 주춤하며 움직이려 합니다.
어쩌면 다하지 못했다는,
그러니까 모든 것을 쏟아붓지 못했다는 아쉬움 때문일 수도.
바람이 차갑습니다.
마음이 차가워서인지 더 춥고요.
멈추려 할 때,
멈출 수 있는 것도 지혜이자 용기이겠죠.
시간은 멈출 수 없겠지만,
나를 멈출 수는 있을 테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