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이 구멍이 되어 달랩니다

by 글담

벽은 햇살을 고스란히 안았습니다.

바람 부는 날에도 햇살을 움켜쥔 채,

보는 이로 하여금 온기를 느끼게 합니다.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으면서.

구멍 하나로 숨 쉬면서.


때로는 하루살이 같은 삶이라고 여깁니다.

그 신세를 면하게 해주는 것은 어떤 성공이나 사건이 아닌 듯합니다.

그저 애끊는 슬픔으로 달래는 것이 아닐까요.

구멍이 있어 고인 물을 빼내고,

또 숨을 쉴 수 있는 것처럼 슬픔이 구멍이 되어 달래어 줍니다.


12월이 시작되고,

마침내 겨울이 가을을 밀어낸 것 같군요.

흩날리는 낙엽과 앙상한 나뭇가지가 알려주는 애달픔입니다.

세월이 가고,

흔적은 없는.


나만의 구멍을 찾기 위해 두리번거립니다.

꽉 막힌 삶의 벽을 뚫어야겠습니다.

글쓰기가 구멍이 될 수 있을까요?

소설을 쓰든,

에세이를 쓰든 간에 글쓰기는 토해내기니까요.


밝은 햇살이 벽 색깔을 더욱 진하게 합니다.

구멍은 완벽의 강박을 버리게 하고요.

길을 걷다가 발견한 잠깐 머물 수 있는 쉼터.

영원히 머물 수는 없어서 곧장 발걸음을 옮깁니다.

구멍을 찾아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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