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에 가을 이불이 펼쳐져 있습니다.
이리로 누울까요.
메마른 갈색과 미처 갈변하기 전의 주홍색이 어우러진,
낙엽으로 만든 가을 이불
볕이 들어 자유로운 패턴은 온기까지 품은 듯합니다
이곳에 누워 낙엽 이불을 덮으면 책도 잘 읽지 않을까요.
소설과 비소설을 번갈아 읽는 것.
나는 이를 “단짠단짠으로 읽어요”라고 합니다.
이 중에서 ‘단‘은 소설이고,
’짠‘은 비소설을 뜻했죠.
그게 뒤바뀐 줄 모르고.
짜고 매운 소설.
인간의 표피를 과감히 도려내는 소설들.
차라리 정제된 언어의 비소설이 달곰합니다.
왜 소설을 단 것으로 생각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저 편견에 휘둘린 게죠.
물론 사회학이나 경제, 정치, 철학 등 비문학도 맵습니다.
이 세상이 어떤지,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콕콕 찔러주니까요.
이 분야의 책들을 읽다 보면,
날이 선 자신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소설은 내가 세운 날을 뭉툭하게 만듭니다.
한층 부드럽게 한다는 게 아니고요.
제 잘난 맛에 세운 날을 부끄럽게 만들죠.
뭐라고 딱히 명료한 말을 전하는 게 아니지만,
모호한 글의 흐름과 단어 하나에 꽂혀 깊이 침잠에 빠지기도 합니다.
단짠단짠으로 읽는 책 속의 세상.
단짠단짠으로 만나는 사람들.
쉽지 않은 독서와 관계입니다.
아마 이 변주가 삶의 굴곡이자 길이기도 하겠죠.
다시 책을 꺼내서 읽어야겠습니다.
아, 다 읽은 책을 들고나왔군요.
단짠단짠이 아니라 씁쓸한 맛의 하루가 시작됐습니다.